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의 오마리 스펠맨이 6일 경기도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3차전 서울 에스케이(SK)와 경기에서 포효하고 있다. KBL 제공.
“선수들 약이 많이 올랐다.”
김승기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가 혈투 끝에 안방에서 반격의 신호탄을 쐈다.
인삼공사는 6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 3차전에서 서울 에스케이(SK)를 81-73으로 누르고 2연패 후 첫승을 가져갔다. 만약 3차전마저 패했다면 프로농구 역사상 3-0 상황에서 역전 우승 확률은 0%. 주전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겹친 가운데 벼랑 끝에서 일군 귀한 승리였다.
인삼공사의 기세는 사생결단이었다. 베테랑 노장들은 에스케이의 속공을 육탄 방어로 막아섰고 에이스들은 외곽에서 화력시위를 벌였다. 인삼공사는 이날 무려 3점 16개(성공률 50%)를 성공시키면서 손이 차갑게 식은 에스케이(8개·25%)를 압도했다. 3쿼터에서만 3점 3개를 꽂은 전성현(18점)이 5개, 오마리 스펠맨이 4개, 오세근(18점)이 3개를 넣으며 체육관을 뜨겁게 달궜다.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의 전성현. KBL 제공
특히 전반에 이미 더블 더블을 달성한 스펠맨은 21득점 19리바운드로 공수 양쪽에서 맹활약했다. 에스케이와 일진일퇴 공방이 이어지던 4쿼터 중반 자밀 워니를 블록해낸 뒤 이어서 3점을 꽂고 포효하는 장면은 백미였다. 캡틴 양희종은 몸을 사리지 않으며 4스틸 1블록으로 부상 이탈한 정규시즌 수비왕 문성곤의 공백을 책임졌다.
에스케이는 외곽슛에 자유투까지 성공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힘겨운 추격전을 벌였다. 이날 에스케이는 야투 성공률 35%, 자유투 성공률 58%로 플레이오프 평균(야투율 50%, 자유투 71.7%)을 크게 밑돌았다. 21점 14리바운드를 올린 워니는 자유투를 6개나 놓쳤다. 후반전 슛감을 되찾은 안영준이 16득점, 김선형이 13득점을 냈고, 최준용도 15점 10리바운드를 올렸으나 인삼공사의 결사항전에 가로막혀 마지막 한방을 먹이지 못했다.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의 오세근. KBL 제공
앞선 1·2차전에서 전반전 리드를 잡은 적이 없었던 인삼공사는 1쿼터를 7점차 리드로 끝낸 뒤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끝까지 버텼다. 그간 패인으로 지목됐던 속공 득점에서 10-4로 에스케이를 앞섰고, 선발로 식스맨 4명을 가동했던 만큼 벤치 득점에서도 46-8로 큰 차이를 냈다. 경기 전 “1·2차전 정면승부는 실수였다. 주전 체력 안배를 위해 변칙으로 간다”고 했던 김승기 감독의 지략은 적중했다.
수훈 선수로 뽑힌 오세근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모든 선수가 힘든데 준비했던 수비가 먹혀들어가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요즘 3점 연습밖에 안 하고 있다”며 결정적 순간 외곽에서 팀을 구해낸 빅맨 슈터의 비결을 귀띔했다.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의 양희종(오른쪽)과 서울 에스케이(SK)의 안영준. KBL 제공
통합우승까지 스윕을 꿈꿨던 에스케이는 일격을 당했다. 에스케이는 2017∼2018년 챔피언결정전에서 1·2차전을 내주고도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디펜딩 챔피언’ 인삼공사가 4년전 에스케이의 전적을 재현할 수 있을까. 두 팀은 8일 안양에서 4차전을 치른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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