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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영 감독의 아이스하키, ‘형님 끌고 동생 밀어’ 일낸다

등록 2022-04-22 06:59수정 2022-04-22 09:50

5월3일 세계대회 잔류 이상 목표 맹훈
평창 ‘경험’과 대학생 ‘패기’ 결합
이창영 감독 “체력, 맞춤 전술로 승부”
이창영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20일 태릉 빙상장에서 선수들에게 전술을 설명하고 있다. 김창금 기자
이창영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20일 태릉 빙상장에서 선수들에게 전술을 설명하고 있다. 김창금 기자

“돈구형 돌아 나오면, 내가 나갈게.”

“타이밍 빠르면 슛 쏠 수 있었는데.”

20일 오후 서울 태릉선수촌의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훈련장. 5대5 전술 훈련이 교대로 이뤄지는 가운데, 잠깐 링크 밖으로 나온 선수들은 쉴 새 없이 의견을 주고받는다.

“이 지점에 왔을 때, 뭔지 알지?”

“네가 먼저 나와야 해.”

2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에 얼음판이 패이고, 강화유리 벽에 걸린 수건은 선수들의 땀으로 흠뻑 젖는다. 온몸으로 부닥치고, 넘어지고, 깨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달린다. 기차를 받치는 침목에 역사를 비유한 시가 있지만, 스포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리는 땀과 열정의 결정체가 아닐까.

이창영 감독(52)이 이끄는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디비전1 그룹A 세계대회(5월3일~8일·슬로베니아)를 앞두고 펼치는 훈련 열기가 후끈하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헝가리,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리투아니아와 맞서는데, 1~2위가 되면 1부인 월드챔피언십으로 승격한다. 하지만 꼴찌를 하면 그룹B로 떨어지기 때문에 최소한 잔류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창영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김창금 기자
이창영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김창금 기자

국내 실업팀이 2개밖에 없고, 코로나19로 2년간 실전 경험이 부족한 대표팀으로서는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주장 김기성과 골리 맷 달튼을 비롯해 2018 평창겨울올림픽 주역들은 9~10명이고, 대학 선발 선수가 7명에 이르는 등 세대교체도 일부 이뤄지고 있다.

2008년 안양 한라 트레이너로 시작해 올해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이창영 감독도 부담이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선수들도 ‘해보자’는 의욕이 강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역점을 둔 부분은 6주간 이뤄진 체력 훈련이다. 선수들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의 박용수 코치가 도입했던 ‘엑소스’ 방식에 따라 하루 2시간 이상씩 웨이트 훈련을 해왔다. 대표팀 공격수 안진휘는 “선수들의 체중이 평균 3~4㎏ 빠졌다. 앞으로는 몸을 쉬게 하면서 실전에 폭발력을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격 열세를 스피드와 반응 속도로 극복하기 위한 전술훈련도 지속해 왔다. 이날도 개인별 전력질주와 단체 주행, 파워플레이, 슈팅, 미니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훈련이 이어졌다. 선수들의 순간 심박 수가 190~200을 오가는 경우도 있었다. 운동생리학 박사인 이창영 감독은 “하키는 반응의 경기다. 근육이 기억할 수 있도록 반복 훈련을 통해 반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훈련 중인 선수들의 심박 수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미니게임을 소화한 오인교의 심박 수가 194를 가리키고 있다.
훈련 중인 선수들의 심박 수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미니게임을 소화한 오인교의 심박 수가 194를 가리키고 있다.

선수들이 풀타임을 지치지 않고 뛸 체력을 갖췄지만 유럽 팀과 기술적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까닭에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일대일로 코칭을 하기도 한다. 노련한 수비수 이돈구는 “큰 경기에서는 템포나 흐름을 파악하면서 게임을 운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많이 대화하면서 실책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양 한라의 외국인 사령탑과 백지선 감독 밑에서 코치로 잔뼈가 굵은 이창영 감독도 선배의 경험과 후배의 패기를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이 자기의 포지션을 늘 염두에 두도록 했고, 라인별로 중간에 어린 선수를 배치해 조직력을 다듬었다”고 밝혔다. 37살의 최고참인 김기성이 모범을 보이고, 후배들을 격려하면서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도 큰 힘이다.

대표팀은 25일 헝가리로 출국해 28일·30일 헝가리와 두 차례 평가전을 벌인 뒤 5월1일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로 들어간다. 신상훈(애틀랜타 글래디에이터스) 등 국외파와 달튼은 현지에서 합류한다. 이창영 감독은 “헝가리와의 평가전을 통해 객관적으로 우리의 전력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투혼을 발휘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좋은 결과를 전하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글·사진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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