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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스키어 최사라 “운동하면서 내 삶의 폭이 더 넓어졌어요”

등록 2022-04-20 10:59수정 2022-04-20 16:23

[장애인의 날 인터뷰]
‘동료’ 쌍둥이 동생 운동 그만두고
가이드 러너 교체에 부상 겹쳐
지난달엔 ‘이번 패럴림픽이 끝’ 생각

“베이징서 실력 70%만 발휘 아쉬움
응원해주는 사람들 많단 걸 알게돼
4년간 기술·체력 30% 더 채울 것”
알파인스키 시각 장애 선수인 최사라가 지난 8일 올림픽공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환하게 웃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알파인스키 시각 장애 선수인 최사라가 지난 8일 올림픽공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환하게 웃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이제 갓 스무살. 하지만 학교(한체대)는 아직 비대면 온라인 수업 중이다. “대학생이 되면 동아리 활동도 하고, 축제에도 참여하고, 선후배 모임도 가보고 싶었는데 못해서 많이 아쉽다”면서 투덜대는 모습은 천상 대학 새내기다. 최사라와 함께 10분만 얘기하면 ‘도전’이라는 말을 다시금 되뇌게 된다. 그리고, 시각 장애를 안고 경사진 눈밭 위에 올라선 그 담대함에 감탄하게 된다.

최사라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은 좁디좁다. 비장애인이 바늘구멍을 통해 사물을 들여다보는 정도의 시력만 있다. 홍채에도 문제가 있어 밝은 곳에서는 물체의 초점을 맞추기가 더 힘들다. 하지만 그는 스키를 탄다. “경사가 세고 스피드가 많이 나면 무서울 때도 있다”면서도 “점프하고 난 뒤 스릴감이 좋다”고 말한다.

최사라는 스키 이전에 수영을 했다. “(수영장)락스 냄새조차 좋다”고 할 정도로 지금도 수영을 즐긴다. “물에 들어가면 물과 한몸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키를 타고 난 뒤 수영장에서 보강훈련을 할 때가 제일 신난다. 한체대 입학 뒤 스키, 수영을 함께하는 동아리도 들었다.

최사라는 지난달 패럴림픽에 처음 참가했다.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이 그 무대였다. 최종 성적은 알파인 스키 시각 장애 회전 부문 10위, 대회전 부문 11위. 알파인 스키 시각 장애 부문은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가이드 러너가 팀을 이뤄 함께 달린다. 대회전 부문의 경우 2022 릴레함메르 세계선수권에서 최사라가 3위를 했던 종목이라 입상을 기대하기도 했었다.

최사라는 “메달을 못 딴 부분에 대해서 아쉬움은 있지만 4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을 끝냈다는 후련함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테스트 이벤트조차 열리지 않은 어려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는 70점을 주고 싶다. 최사라와 함께 2년간 호흡을 맞춰온 김유성 가이드러너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최)사라가 원래는 전혀 긴장하지 않는데, 패럴림픽 때는 많이 긴장했다. 스타트 지점에 서니 표정이 싹 바뀌었다”면서 “원래 실력의 반의반도 나오지 않아 많이 아쉽다”고 돌아봤다. 그는 최사라에 대해 “정해진 운동량이 많고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선수”라고도 했다.

알파인 스키 시각 장애 선수 최사라가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 참가한 모습. 연합뉴스
알파인 스키 시각 장애 선수 최사라가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 참가한 모습. 연합뉴스

사실 그는 대회 참가 이전에 ‘패럴림픽이 끝나면 스키 관둬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중간에 가이드 러너 교체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고 다리 부상도 있었기 때문이다. 훈련 과정도 정말 힘들었다. 가뜩이나 함께 운동하던 쌍둥이 동생(최길라)이 팀 문제 등으로 스키를 더 이상 타지 않게 되면서 외로움까지 느꼈다. 최사라는 “동생이 운동을 그만두게 됐을 때 마음이 아팠다. 패럴림픽을 같이 못 나간다는 현실이 너무 슬펐다”고 했다.

하지만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 참가한 뒤 마음이 바뀌었다. 최사라는 “너무 힘들어서 운동을 10년, 20년 하신 분들을 보면 신처럼 느껴진다”면서도 “베이징에서 내 실력의 70%밖에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스키 기술을 향상시키고 체력적인 부분도 키워서 나머지 30% 채우고 4년 뒤 (은퇴를) 다시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전에는 몰랐는데 패럴림픽을 통해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더 힘이 났다”고 덧붙였다.

최사라는 스스로 “겁이 많은 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수영을 시작한 다섯 살 때는 물을 극복했고, 스키 부츠를 처음 신은 11살 때는 최고 시속 120㎞가 나오는 눈 비탈길을 극복했다. 이제 그는 스쿠버다이빙도 하고 싶고, 제빵사에도 도전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이런 변화가 그저 “신기하다”고 말한다. 최사라는 “운동을 안 했으면 집에서 공부만 하거나 아니면 게을러졌을 것 같다. 운동하면서 하고 싶은 게 많이 생겼고, 운동하면서 내 삶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스키는 무엇일까. 웃을 때마다 살짝 보조개가 드러나는 최사라는 답했다. “제 삶의 도전이요. 나를 도전하게 하고, 또 다른 도전을 하게 하는!” 그 순간, 누구보다 강심장을 가진 스무살 스키어의 미소는 4월의 햇살보다 더 환하게 빛났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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