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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즐기는’ 신상훈, 아이스하키 최강의 ‘비밀병기’ 된다

등록 2022-04-06 16:19수정 2022-04-07 02:34

국내대회 없자 미국 3부 ECHL 과감한 도전
장신 선수들 속에서 “살아남는 법” 배워
5월 재개되는 세계대회 대표팀 비밀병기
애틀랜타 글래디에이터스의 신상훈. 애틀랜타 구단 제공
애틀랜타 글래디에이터스의 신상훈. 애틀랜타 구단 제공

“어떻게 살아남을까, 항상 그 생각이죠.”

국가대표 신상훈(29·애틀랜타 글래디에이터스)의 미국 아이스하키 마이너리그 생활은 생존본능 한 마디로 압축될 수 있다. 신상훈은 지난 1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하부리그(3부)인 ECHL에 진출했다. 3부라고 하지만 리그의 경기력 수준이 만만치 않다. 일단 덩치만 비교해도 아시아 출신 단신 신상훈(1m70)에게는 체격적으로 버겁다. 시즌 중간에 합류한 그가 ‘정글’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공격포인트’로 자신을 증명할 수밖에 없다.

신상훈은 최근 〈한겨레〉와 한 국제통화에서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는다. 힘들기는 하지만 하키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배우는 것도 많다”고 했다. 도전을 즐기는 그의 차분한 어투에서는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

철저하게 등급이 매겨진 미국의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마이너리거로 산다는 것은 ‘고행의 길’이다. 한국의 안양 한라에 있을 때는 운동에만 전념하면 됐지만, 현지에서는 언어에서부터 먹는 것과 자는 것까지 코드 변환을 해야 한다.

소속팀 애틀랜타 글래디에이터스가 속한 남부 디비전 안에서 이동하는 것도 고역이다. 그는 “디비전 경기를 위해 버스로 이동하는데 평균 7~8시간 걸린다”고 했다. 경기 뒤 호텔이 아니라 돌아오는 버스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주급도 생활비 수준이어서 안양 한라 때의 연봉과 비교할 수 없다. 구단이 제공한 숙소에서 동료 2명과 함께 지내는데, 동네 슈퍼에 갈 때는 이들의 차를 빌려 타야 한다. 수입을 비롯해 여러 측면에서 무모한(?)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만 할 수 있다면 그곳이 천국이다. 신상훈은 “외로움이나 피곤함이 없다. 내가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2월 세 번째 경기 출전 만에 데뷔골을 터트린 이후 그는 6일 현재 26경기 12골 8도움을 기록했다. 팀도 남부리그 6개 가운데 선두다.

미국의 아이스하키 전용 경기장은 다목적으로 쓰이는 한국의 링크보다 크기가 작다. 좁은 공간에서 슛 타이밍과 쏘는 방법 등 스타일이 다른 선수들과 부딪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하는 기술이 많이 늘 수밖에 없다. 그는 “처음에는 펜스와 가까운 측면 쪽에 갔다가 많이 부딪히기도 했다. 지금은 상대가 쫓아올 때 돌아서 나가고, 도망 다니면서도 빈틈을 찾아 파고든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아시아의 ‘작은 친구’를 대수롭지 않게 대했던 상대팀 선수들도 이제는 정신 바짝 차리고 따라붙는다. “너무 빨라. 좀 천천히 움직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신상훈은 “워낙 큰 선수들과 하다 보니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한국 선수들이 짧은 거리를 치고 나가는 스피드가 좋기 때문에 그런 장점을 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소속팀의 제프 파일 감독도 만족하고 있다. 신상훈은 “처음부터 재미있게 하라고 격려했다. 이것저것 물어보면 잘 가르쳐 준다”고 소개했다. 3부에서 잘하면 2부로 올라가고, 2부에서 밀린 선수들이 ECHL로 내려오기도 한다. 신상훈은 “NHL보다 한 단계 낮다고 해도 AHL에서 뛰었던 선수들과 부닥쳐보면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앞으로 AHL, 더 높게는 NHL을 바라보는 신상훈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임시휴업 상태인 국내 아이스하키 상황과 비교하면 신상훈의 ECHL 실전 경험은 대표팀에 소중한 자산이다. 한국 아이스하키대표팀은 5월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디비전1 A그룹(2부)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 슬로베니아, 헝가리, 리투아니아, 루마니아가 참가하는 대회에서 1, 2위가 되면 최정상의 월드챔피언십(1부)에 진입할 수 있다. 반면 꼴찌를 하면 디비전1 그룹B로 강등된다. 백지선 감독을 보좌했던 이창영 코치가 새롭게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한국은 3년 만에 처음 열리는 세계대회에서 신상훈을 ‘비밀병기’로 준비하고 있다.

신상훈은 “이달 중순 정규리그가 끝나면 플레이오프에 들어간다. 동료들이 워낙 잘 대해줘서 불편이 없다. 디비전과 콘퍼런스 시리즈, 켈리컵 정상을 향해 포스트시즌 경기를 잘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대회를 앞둔 아이스하키대표팀이 신상훈을 호출할 방침이어서 포스트시즌 중에 대표팀에 합류할 수도 있다. 신상훈은 “매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게 대표팀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신상훈을 활용한 티켓 홍보. 글래디에이터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신상훈을 활용한 티켓 홍보. 글래디에이터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신상훈의 얼굴사진을 들고 응원하는 팬. 글레디에이터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신상훈의 얼굴사진을 들고 응원하는 팬. 글레디에이터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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