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을 예고했던 V리그 여자부 자유계약(FA)시장이 마무리됐다. 예상과 달리 깜짝 이적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자유계약시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가 조기 종료하면서 일찌감치 문을 열었다.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양효진(33·현대건설), 표승주(30·IBK기업은행), 안혜진(24·GS칼텍스)이 시장에 나왔고, 연봉 1억원 이상 ‘A급’ 선수가 8명에 달해 관심이 컸다. 특히 신생구단으로 선수층이 얕은 데다 샐러리캡(연봉총액 제한) 부담도 없는 페퍼저축은행이 적극적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선수 연쇄이동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은 잠잠했다. 페퍼저축은행이 한국도로공사 출신 세터 이고은(27)을 계약기간 3년 총액 9억9천만원(연봉 3억원·옵션 3천만원)에 영입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 이적이었다. 다른 구단은 모두 외부 영입보다는 소속팀 선수와 재계약에 집중하며 ‘집토끼’ 단속에 나섰다.
올 시즌 리그 1위 현대건설이 내부 재계약에 성공한 영향이 크다. 현대건설은 양효진, 고예림(28), 김주하(30), 이나연(30) 등 가장 많은 선수가 자유계약으로 풀렸고, 샐러리캡으로 인해 이미 리그 최고 연봉(총액 7억원)을 받는 양효진과 재계약도 불투명했다. 하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양효진이 연봉총액을 5억원으로 삭감하며 팀에 잔류했고, 덕분에 다른 3명과도 모두 재계약을 했다. 2020∼2021시즌 트레블에 성공했던 지에스(GS)칼텍스가 최대어로 꼽힌 이소영(28)을 케이지시(KGC)인삼공사로 떠내 보낸 것과 대비된다.
다음 시즌 중위권 진입을 위해 전력보강을 노렸던 페퍼저축은행은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한 막내 구단 입장에선 베테랑 선수들의 영입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오는 2022∼2023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시장에서 다시 한 번 적극적인 영입에 나설 전망이다.
개인훈련을 위해 4일 미국으로 출국한 김연경. 라이언앳 제공
한편 중국리그에서 돌아온 뒤 아직 소속팀이 없는 김연경(34)은 4일 개인훈련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김연경은 국외 진출을 선택할 경우 모든 팀과 자유로운 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국내로 돌아올 경우엔 이전 소속팀이었던 흥국생명에서 1년을 뛰어야 다른 국내 팀과 계약할 수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