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지시(KGC)인삼공사의 3점 슈터 전성현. KBL 제공
“견제 심하죠. 하지만 즐겨요.”
올 시즌 프로농구 ‘핵슈터’로 뜬 케이지시(KGC)인삼공사 전성현(31)의 ‘빵빵’ 터지는 3점슛은 케이비엘(KBL)의 대표상품이 됐다. 9경기 연속 3점슛 4개 이상을 꽂아 이 부문 역대 공동 1위에 올라섰고, 경기당 3점슛 2개 이상의 신기록 행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즌 성공률 39% 이상, 3점슛 개수 1위(경기당 평균 3.27개)까지 파괴력이 무섭다.
지난 24일 안양체육관에서 만난 전성현은 “상대 선수들의 수비가 더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어려운 상황에서 득점하면 쾌감은 더 크다”고 했다. 3점슛은 두 번, 세 번 연속으로 들어가면 팬들이 열광하고, 팀 분위기도 바뀐다. 3점슛을 3개 이상 터트리는 선수가 2008~2009시즌 이래 13년 만에 등장했으니 그의 존재가 더 인상적이다.
문제는 들어가면 영웅이 되지만, 빗겨가면 "욕은 바가지로 먹는다"는 데 있다. 이런 까닭에 전문 슈터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멘털이다. 좌절하거나 의심해서는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가 없다. 김승기 감독이 “과감하게 쏘라”며 신뢰를 주는 것이 최근 두 시즌 3점슛 선두를 달리는 배경이다.
물론 공을 잡으면 고감도 슛동작이 자동반사로 이뤄질 수 있도록 몸이 준비돼야 한다. 그는 대학 입학을 앞둔 고교 시절, 프로팀 입단을 목표로 한 대학 시절에 한 번에 500개 성공 목표로 슛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총 던진 개수는 많게는 1000개가 되고, 2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는데, 이때 기본 폼이 잡혔다. 송도고 후배인 엘지(LG)의 한상혁이나 에스케이(SK)의 최원혁, 중앙대 후배인 인삼공사의 박지훈 등이 전성현의 사역(?)에 동원됐는데, 전성현은 “연봉에서 얼마라도 떼어줘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시즌이 끝나 방전되면 비시즌 근육량을 늘리는 훈련으로 보강해 몸을 탄력 있게 만드는 것도 그의 회복 방식이다.
인삼공사는 오마리 스펠맨, 오세근의 골밑도 탄탄하지만 외곽포가 좋은 팀이다. 전성현과 스펠맨, 문성곤, 변준형 등이 시즌 3점슛 개수 부문 15위 안에 포진했는데, 이들이 터트리는 3점포만 평균 9.4개다. 오세근, 양희종까지 가세하면 경기당 30점을 넘어선다. 그 화력에 불씨를 댕기는 선수가 전성현이다.
케이지시(KGC)인삼공사의 3점 슈터 전성현. KBL 제공
2013년 전체 7순위로 인삼공사에 지명된 전성현은 최근엔 움직임과 돌파를 통한 득점 능력도 향상됐다. 2020년 국가대표 선발, 지난 시즌 챔피언전 우승 등을 경험하면서 팀의 해결사 구실도 한다. 이충희, 김현준, 조성원, 문경은을 잇는 역대급 슈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대학리그 때도 오전 훈련 시간에 점프슛 200개를 대충이 아니라 무섭게 던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크게 될 선수라 생각했는데, 지금 프로농구에서 그를 따라올 슈터는 없다”고 평가했다.
인삼공사 팬들도 전성현의 등번호 23번을 ‘인삼’과 연결하거나, 인삼의 영어식 발음과 비교해 애칭을 붙이는 등 높은 충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전성현은 “유니폼을 입고 저를 응원하는 팬들을 보면 너무 감사하다. 항상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기 때문에 소속팀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전성현은 “지금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매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팀 구성이 너무 좋기 때문에 이번에도 우승을 해야 한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또 “간절함과 부지런함이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뭐든지 조금씩 늘지만 늘 열심히 하는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양/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