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넘어서 시작 했는데 기분 좋네요.”
늦깎이 선수 김임권(42)이 4일 경기도 고양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2021~2022 웰컴저축은행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4강전에서 최원준을 꺾고 결승에 선착한 뒤 한 말이다.
사상 첫 4강에 오른 김임권은 이날 최원준을 4-0(15:7, 15:10, 15:3, 15:6)으로 완파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평균 에버리지 2.400은 최원준(1.130)의 두배를 넘었고, 2~4세트에서는 4~5이닝 안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시간도 총 78분이었다.
상기된 표정의 그는 “첫 경험이어서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1세트 후반부터 집중력이 올라왔다. 이겨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김임권은 프로당구 원년부터 1부리그에서 뛰었다. 하지만 첫 시즌 뒤 강등돼 큐스쿨을 거쳐 1부에 복귀했고, 두번째 시즌에도 큐스쿨까지 갔다가 살아나 올 시즌 1부에서 뛸 수 있었다. 이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결승까지 진출하면서 다음 시즌 탈락 걱정은 없다. 그는 “새해 머리를 스포츠형으로 바짝 깎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는데, 그 각오가 단기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김임권은 아마추어 당구선수로도 활약했지만 전국구는 아니었다. 당구를 좋아했지만 30살 이전에는 전문적인 선수로 활동하지도 않았다. 그는 “당구는 취미생활을 하는 정도였다. 20대까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수 등록 시점부터 당구 공부에 집중했고, 직접 당구 클럽을 운영하면서 연습량을 대폭 늘렸다. 올 시즌부터 남자당구 128강 서바이벌 시스템이 세트제로 바뀐 것도 김임권한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는 “4명이 함께 친 뒤 2명이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는 서바이벌 제도는 적응이 힘들었다. 올 시즌에 세트제로 변경되면서 힘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올 시즌 3차 휴온스챔피언십에서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올랐고, 이번 6차 마지막 투어에서 결국 정상을 넘보게 됐다. 최소 3400만원의 준우승 상금을 확보한 것도 뿌듯하다.
비껴치기와 난구풀이에 강점이 있는 그는 “결승 상대로 누가 올라올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경험이 되고 영광이 되는 무대다. 마음 비우고 최선을 다해 치겠다”고 강조했다.
고양/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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