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1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득점 뒤 기뻐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축포가 터졌다. 하지만 경기장엔 어색함이 감돌았다. 3·1절을 맞아 경기장을 찾은 안방 관중은 승리에도 환하게 웃지 못했다. 이들이 간절히 기원한 건 2021∼2022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1위 달성. 승점 3만 추가하면 1위를 확정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승점 3’의 방지턱은 높았다.
현대건설은 이날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던 경기를 2-2까지 따라잡혔다가 3-2(25:19/25:22/25:27/20:25/15:10)로 가까스로 따냈다. 승리했지만, 승점 2를 확보하는 데 그치며 정규리그 1위 확정에는 실패했다. 딱 승점 1이 모자랐다. V리그에선 3-2로 승리할 경우 승리팀이 승점 2, 패배팀이 승점 1을 가져간다.
이번에도 한국도로공사에 발목이 잡혔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3일에도 경북 김천 원정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셧아웃 패배(0-3)를 당하며 1위 달성에 실패했다. 6일 만에 두 차례나 한국도로공사에 1위 확정을 저지당한 셈이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축포를 막아보려고 노력하겠다. 선수도 저도 현대건설을 최대한 괴롭혀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는데, 비록 패하긴 했지만 자신의 말을 지켰다.
시즌 성적 23승8패(승점 67)로 2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는 올 시즌 현대건설과 왕좌를 다툴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이제 5경기밖에 남지 않아 현대건설(승점 82)을 제치고 정규리그 1위를 빼앗긴 어렵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충분히 우승컵을 들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날 원정에서 0-2로 밀리던 경기를 2-2까지 따라붙는 저력은, 한국도로공사가 보여줄 봄 배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한국도로공사 켈시가 1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때로는 추격자가 쫓기는 자보다 훨씬 여유롭다. 한국도로공사는 심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선수단은 현대건설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김종민 감독은 “초반엔 그런 모습이 전혀 안 보였는데 경기를 하면서 현대건설을 향한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면서 “어떻게 준비를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아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현대건설(28승3패)이 기록한 3패 가운데 2패를 안긴 팀이다.
무엇보다 한국도로공사는 강팀이다. 올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 때도 다른 6개 구단 가운데 4개 구단 감독이 한국도로공사를 우승후보로 꼽았다. 팀 에이스 박정아(29)가 도쿄올림픽 때 기세를 이어가며 맹활약하는 데다,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27·등록명 켈시) 또한 만만찮은 실력을 보인다.
한국도로공사 박정아가 1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반면 안방에서 1위 확정을 노렸던 현대건설은 리그 막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 2승2패를 거두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1위를 확정하지 못하며 실타래가 꼬이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중지됐던 리그가 재개한 뒤 빡빡한 일정으로 체력 부담이 있는 데다, 이날 한국도로공사와 경기 직전에는 선수 가운데 3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악재도 겹쳤다. 현대건설은 4일 안방에서 열리는 지에스(GS)칼텍스와 경기에서 다시 1위 확정에 도전한다.
수원/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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