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호(오른쪽)와 임요환이 22일 유튜브 홍진호TV에서 주최한 ‘콩콩절 맞이 어게인 임진록’에서 5년만에 스타크래프트 맞대결을 가졌다. 홍진호TV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2022년 2월22일. 달력에 2가 6번 들어가는 이 특이한 날은 누군가에게 만년에 한 번 찾아오는 더없이 특별한 날이다. 유튜브 채널 홍진호TV는 22일
‘콩콩절 맞이 어게인 임진록’ 경기를 생중계했다. 유튜브 채널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청자가 21만명에 이르렀다. 진행자로 나선 전용준 캐스터는 “제 나이가 이제 50을 넘었는데 아마 제 생에 이런 ‘찐찐 콩콩절’은 없을 것 같다”며 감격을 표했다.
이날 경기는 임요환팀과 홍진호팀이 5세트를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종 결과 임요환팀의 3-2 승리로 결판났지만 승패보다는 ‘임진록’이라는 추억과 ‘콩콩절’이라는 놀이가 결합된 축제의 장이었다.
임진록은 2000년대 한국 e스포츠 부흥을 선도한 스타크래프트 영혼의 맞수 임요환(42)과 홍진호(40)의 현역 시절 더비 경기를 일컫는 말이다. 전성기 시절 이들의 맞수 관계는 프로야구의 최동원·선동열, 프로축구의 슈퍼매치(FC서울·수원삼성)에 비견될 만했다. 2001년 스타리그 결승전 이후 붙었다 하면 명승부를 뽑아낸 최고의 흥행 카드였다. 통산 전적은 35승 32패로 임요환이 근소 우위. 이번 임진록은 2017년 이벤트 매치 이후 5년 만이다.
‘콩콩절’은 만년 2인자 홍진호를 기리는 스타크래프트 팬들의 명절이다. 임진록을 비롯해 숱한 결승전에서 좌절하며 준우승만 거듭하는 홍진호에 대한 비아냥으로 시작된 ‘홍진호=2’ 밈은 어느덧 ‘2인자의 경이로움’을 칭송하는 문화 현상이 됐다. 홍진호와 2 사이 연관성을 찾는 놀이의 즐거움과 꾸준한 2위라는 실력자의 매력이 상황을 반전시킨 것이다. 2남 중 둘째,
프로 시절 2위만 22번, 군복무시절 휴가 복귀 열차표를 끊었는데 좌석이 2호차 22번석이었다는 등, 집요한 홍진호와 2의 연결고리는 결국 매년 2월2일과 2월22일을 기념일로 만들어버렸다.
‘찐찐 콩콩절 어게인 임진록’도 2의 향연이었다. 주최측은 승리팀에 각각 222만원, 패배팀에 22만원 상금을 내걸었고, 5세트 경기 도중 22시22분이 되자 화면 위에 홍진호의 얼굴과 함께 현재 시각을 띄우기도 했다. 임요환은 둘이 일대일로 맞붙은 1세트와 5세트를 모두 이기며 홍진호에게 2패와 2위를 다시 한 번 선사, 그를 주인공으로 만들며 이야기를 완성했다.
홍진호는 “이번에는 당연히 임요환팀이 2위할 줄 알았다”며 이기지 못한 아쉬움을 피력했지만 모두가 즐거운 밤이었다. 사랑스러운 2인자에 대한 추억을 되새긴 사람들은 채팅창에서 작별인사를 나눴다. “200년 뒤(2222년 2월 22일)에 다시 만나요.”
5세트 경기에서 홍진호의 ‘GG(Good Game)’를 받아낸 임요환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홍진호TV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5세트 경기 패배 후 홍진호가 허탈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홍진호TV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5세트 경기 도중 22시 22분이 되자 중계 화면에 ‘2022년 2월 22일 22시 22분’이라는 자막이 떴다. 홍진호TV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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