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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올림픽] 피겨에선 언제부터 하얀 스케이트를 신었을까

등록 2022-01-10 04:59수정 2022-01-10 08:39

소냐 헤니(노르웨이)가 1932 레이크플래시드겨울올림픽에서 기술을 펼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소냐 헤니(노르웨이)가 1932 레이크플래시드겨울올림픽에서 기술을 펼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겨울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은 애초 실용적인 목적에서 시작됐다. 13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이 마을 간 이동을 위해 얼음판을 스케이트를 타고 달린 게 기원이다. 스케이트는 이후 영국으로 전파됐고, 스코틀랜드서 1742년 최초의 스케이팅 클럽이 생기는 등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초창기 피겨는 얼음판 위에서 특정 형태 도형을 따라 누가 더 정확하게 스케이팅하느냐를 겨루는 종목이었다. 1908 런던여름올림픽서 처음 피겨스케이팅이 도입될 때도, 세부 종목은 도형을 그리는 컴펄서리 스케이팅과 프리스케이팅으로 나뉘었다. 피겨스케이팅에 피겨(figure·도형)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정확성이 중요했기 때문에, 절도 있는 동작 위주였다. 당시만 해도 남성 중심의 스포츠이기도 했다.

1924 샤모니겨울올림픽에 참가한 소냐 헤니. 국제올림픽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1924 샤모니겨울올림픽에 참가한 소냐 헤니. 국제올림픽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현대 피겨스케이팅의 틀을 잡은 건 1912년 태어난 피겨 전설 소냐 헤니(노르웨이)다. 6살 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헤니는 12살 나이로 첫 겨울올림픽인 1924년 프랑스 샤모니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성적은 꼴찌(8위)였지만, 4년 뒤인 1928년 스위스 생모리츠 대회를 시작으로 올림픽 3연패(여자 싱글)를 기록하며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남녀 피겨를 통틀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연패를 일군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헤니가 피겨스케이팅의 전설로 꼽히는 건 단순히 성적 때문이 아니다. 어린 시절 발레리나를 꿈꾸기도 했던 그는 기존 피겨스케이팅에 우아한 동작, 극적인 손짓, 적극적인 표정 연기 등을 더했다. 복장도 혁신적이었다. 당시 피겨스케이팅 경기는 주로 야외에서 열렸기 때문에 보온성을 강조한 길고 펑퍼짐한 치마뿐이었는데, 헤니는 과감하게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스케이트 화도 검은색 일색을 탈피해 하얀색을 선택했다. 당시엔 10대 어린 선수의 파격이었지만, 지금은 피겨스케이팅의 표준이 된 복장이다.

소냐 헤니(왼쪽 일곱 번째)를 비롯한 1928 생모리츠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참가자들이 한쪽 다리를 올리며 나란히 점프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소냐 헤니(왼쪽 일곱 번째)를 비롯한 1928 생모리츠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참가자들이 한쪽 다리를 올리며 나란히 점프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예술성을 극대화한 헤니 덕분에, 피겨스케이팅은 예술과 스포츠를 종합한 종목으로 탈바꿈했다. 기존에 강조됐던 정확한 동선은 점차 중요성이 떨어졌고, 우아함과 감정의 표현이 중시되기 시작했다. 결국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1990년 피겨스케이팅의 원조인 컴펄서리 스케이팅을 폐지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쇼트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헤니의 하얀 스케이트는 혁신의 상징이 됐고, 경제학에선 전에 없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는 의미로 ‘하얀 스케이트’라는 말을 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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