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밤 열린 프로당구 피비에이(PBA) NH농협카드배에서 우승한 프레데리크 쿠드롱(오른쪽)과 준우승자 조재호. PBA 제공
“실력 차는 없다. 쿠드롱이 미쳤을 뿐이다.”
5일 밤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엔에이치(NH)농협카드 피비에이(PBA) 챔피언십’에서 프레데리크 쿠드롱(54·웰컴저축은행)이 조재호(42·NH농협카드)를 누르고 우승하자 나온 전문가의 평가다.
세계 최강의 선수 쿠드롱은 이날 애버리지 3.550의 절정의 감각으로 국내 최강의 조재호를 세트스코어 4-1(15-6 15-3 11-15 15-1 15-12)로 꺾었다. 조재호는 추격할 틈을 주지 않고 달아난 쿠드롱에 흐름을 빼앗기며 제대로 반발하지 못했다.
김현석 해설위원은 “조재호가 못 친 게 아니라 쿠드롱이 미쳤다. 당구는 일대일 경기라 멘털이 중요한데, 흐름을 놓치면 걷잡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해설위원은 “야구에서도 4번 타자가 매번 홈런을 칠 수 없다. 방어율 0점대 투수도 두들겨 맞을 때가 있다. 승부의 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에서 쿠드롱은 2세트를 2이닝(애버리지 7.500) 만에 끝내는 등 5세트까지 세트별로 5점에서 8점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장타력을 과시했다. 조재호도 3세트 8점, 5세트 5점을 순식간에 올리는 등 맞불을 놓았지만 추월할 수 없었다.
김현석 해설위원은 “두 선수 모두 자신감과 공격력으로 맞섰다. 이런 기 싸움에서 삐끗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쿠드롱은 32강전에서 피비에이 랭킹 80위권의 정경섭에 질뻔했다가 간신히 살아났고, 8강전 임성균과의 대결에서도 어렵게 이겼다. 하지만 조재호라는 강적 앞에서는 최고도로 집중력을 끌어올리면서 득점타의 순도를 높였다.
지난해말 프로 데뷔 뒤 두번의 결승전 무대에서 주춤한 조재호는 “첫 세트에 첫 득점 이후 두 번째 공격에서 판단 실수를 해 게임의 승패가 넘어갔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특유의 여유와 자신감은 여전했다. 조재호는 “후원사 대회라 부담이 있었지만 결승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세 번째 결승전에서는 진짜 우승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쿠드롱은 최근 두 대회 연속 제패로 통산 4승을 기록했고, 시즌 상금순위에서도 1위(2억650만원)로 올라섰다. 쿠드롱은 ‘웰뱅톱랭킹 톱에버리지상’ 상금 400만원도 챙겼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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