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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여성 클라이머들은 오늘도 매달린다, 가슴 뻥 뚫리는 쾌감을 위해

등록 2021-12-24 05:00수정 2021-12-24 09:20

[스포츠 미래, 여성이 뛴다]
스포츠 클라이밍 ‘즐거운 도전’

주부부터 직장인까지 이구동성
“정할 목표가 수없이 많고
도달할 때마다 성취감 달라”

“코어근육 단련, 허리·뱃살 먼저 빠져”
동료가 생명줄인 안전 로프 잡아줘
“혼자 하는 운동이자 함께 하는 운동”
서울 강서구 마곡레포츠센터 스포츠 클라이밍 여성 회원들이 15일 벽의 홀드를 잡고 오르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강서구 마곡레포츠센터 스포츠 클라이밍 여성 회원들이 15일 벽의 홀드를 잡고 오르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개구리 잡아!”

8m 높이의 실내 암벽장. 아래쪽에서 강사가 소리친다. 중간의 직벽보다 더 휘어진 오버행 구간을 통과한 수강생은 더 위쪽의 ‘개구리’ 모양 돌출부(홀드)를 잡는다. 목표 지점에 도달하자 성취감에 뿌듯한 미소가 번진다. 바닥에서 안전줄을 잡아준 동료가 줄을 풀고, 공중에서 둥실 떠내려오는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마곡레포츠센터 실내암벽장. 오전 강의에 참여한 50대 주부 김현옥 씨의 이마엔 땀이 맺혔다. 정규 규격(15m)보다 낮은 직벽이지만, 두세번 타면 그때부터는 힘이 달린다. 하지만 순간 에너지 사용으로 팽팽해진 근육의 긴장감을 느끼는 것도 스포츠 클라이밍의 매력이다. 김현옥 씨는 “이건 중독성이 강한 운동이다. 자기가 정할 목표가 수없이 많고, 도달할 때마다 성취감이 다르다. 정말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했다.

마곡레프츠센터의 스포츠 클라이밍 회원은 100여명. 코로나19로 지난 1년여간 암벽장을 폐쇄했다가 지난달 다시 개방한 뒤 요즘 20여명의 회원이 나온다고 한다. 주중 3회, 한 번에 2시간씩 배우는데 드는 회비는 월 7만원. 금미경 강사는 “여성 회원들이 더 많다. 주부부터 직장인까지 틈나는 대로 나온다. 한번 스포츠 클라이밍을 경험하면 푹 빠진다”고 소개했다.

직벽을 오르는 것은 고독한 싸움이지만, 안전줄을 잡아주는 동료와 발 디딜 곳을 알려주는 리더가 있어 서로 끈끈함을 느낄 수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직벽을 오르는 것은 고독한 싸움이지만, 안전줄을 잡아주는 동료와 발 디딜 곳을 알려주는 리더가 있어 서로 끈끈함을 느낄 수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날 회사에 휴가를 내고 나온 40대의 복영 씨는 “복장은 편하고 신축성 있는 옷을 입으면 되고, 장비라고는 신발만 사면 된다. 처음 온 사람이라도 수준에 맞게 홀드를 정하면 올라갔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에게는 딱 맞는 스포츠”라고 예찬했다.

대한산악연맹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국내 실내외 인공암장을 전국적으로 491개로 추산했다. 국내의 각종 대회도 43개에 이르렀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은 2019년 보고서에서, 전 세계 스포츠클라이밍 인구를 4450만명으로 발표했다. 올여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여자부의 서채현 등이 출전하면서 대중적 관심도 높아졌다.

금미경 강사는 스포츠 클라이밍이 주는 건강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허벅지의 안쪽, 고관절, 어깨의 근육이 자극을 받아 강화된다. 발끝의 안쪽과 바깥쪽으로 지탱하면서 엉덩이 근육도 단련된다. 가장 빼기 어렵다는 허리와 뱃살이 가장 먼저 빠지는 게 스포츠 클라이밍이다”라고 했다.

실제 벽을 타고 오르려면 스파이더맨처럼 바짝 달라붙어야 효율적이다. 팔도 접은 상태보다는 항상 쭉 뻗어서 홀드를 잡아야 한다. 때로는 다리 사이를 길게 벌려야 하므로 고관절에 큰 스트레칭 효과를 준다. 직벽 옆에는 낮은 벽이 붙어 있는데, 여기서는 수강생들이 좌우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기초기술과 근력을 다지게 된다.

서울 강서구 마곡레포츠센터 스포츠 클라이밍 여성 회원들이 15일 벽을 오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강서구 마곡레포츠센터 스포츠 클라이밍 여성 회원들이 15일 벽을 오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유치원 교사인 50대의 손정희 씨는 “어린이들을 돌보는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숙이고, 안고 해서 대부분 허리가 안 좋다. 요가나 수영도 하고 있지만 스포츠 클라이밍을 한 뒤부터는 병원에 갈 일이 없다. 나이도 상관이 없다. 코어 근육이 발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미경 강사는 “말로만 들어서는 모른다. 직접 해봐야 한다”며 등정을 권한다. 사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안전 장비를 갖추고 하는 운동이다. 원데이 클라이밍이라는 말처럼 하루에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기자도 안전 조끼와 구명줄을 달고 강사가 시키는 대로 벽을 타고 오르니 공포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손과 발의 위치를 알려주는 대로 따라 하니 직벽의 중간 너머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힘이 달려 홀드를 놓친 순간 아찔했지만, 밧줄에 매달려 아래를 내려볼 때는 ‘작은 성취감’이 밀려왔다.

스포츠 클라이밍을 처음 해보는 기자.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스포츠 클라이밍을 처음 해보는 기자.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런 매력 때문인지 회사원 김선미 씨는 “헬스는 1년 등록하고 며칠 안 나간다. 여기는 매일 오고 싶다. 올라갈 때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해야 하는 것이 좋고, 오늘 못하면 내일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좋다”고 했다.

마곡레포츠센터 스포츠 클라이밍 회원들의 최종 목표는 실내암장에서 벗어나 실외암장을 경험하고, 마침내 진짜 암벽에 오르는 것이다. 금미경 강사는 “클라이밍은 혼자 하는 운동이면서도 함께 하는 운동”이라고 했는데, 동료가 생명줄인 안전 로프를 잡아주고, 리더가 홀드를 알려주면서 회원 간에 팀 정신도 강해지는 것 같았다.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에 클라이밍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72만건 이상이 뜬다. 여성들의 게시물도 많은 것을 보면, 스포츠 클라이밍이 생활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보기와 달리 팔의 힘보다는 하체 중심의 운동이어서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세상에는 암벽등반을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의 두 부류가 있다’라는 얘기가 있다. 실내암장이라도 매달려본 사람은 그 말뜻을 알 것이다. 마곡스포츠센터의 중년 여성 클라이머들은 오늘도 매달린다. 가슴 뻥 뚫리는 중독성 쾌감을 위해.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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