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이 19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남자부 케이비 손해보험과 경기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KOVO 제공
토미 틸리카이넨(34) 감독의 매직이 시작되는 걸까.
대한항공은 19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케이비(KB) 손해보험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20:25/25:21/25:18/21:25/15:9)로 꺾었다. 대한항공은 10승(7패) 고지에 오르며 승점 30으로 단독 1위를 달렸다.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은 올 시즌 초반 리그 6위까지 떨어지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최근 기세를 무섭게 끌어올리고 있다. 핀란드 출신의 34살 젊은 피 틸리카이넨 감독의 지휘 아래 제 모습을 찾는 모양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평소 코트 밖에선 말을 아끼며 침착한 편이다. 하지만 코트 안에선 때론 선수들을 강하게 독려하며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팀 내 고참인 한선수(36)보다 나이가 어릴 정도로 젊지만, 강한 리더십으로 팀을 리그 1위에 올렸다.
특히 이날 5세트 때는 틸리카이넨 감독의 ‘매의 눈’이 빛났다. 대한항공은 5세트 때 9-5로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선수의 승부수가 범실로 연결되며 경기 흐름이 순식간에 뒤바뀔 위기에 처했다.
이때 틸리카이넨 감독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언뜻 보기에는 명백한 범실로 보였기에, 중계진도 “한선수에게 시간을 주고자 하는 의미일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판독 결과 실제 공이 아웃되기 전 케이비 손해보험 센터 박진우의 손에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빼앗긴 득점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상대의 기세까지 완전히 꺾는 대처였다. 기세를 잡은 대한항공은 15-9로 세트를 마무리했다.
케이비 손해보험 케이타가 19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뛰고 있다. KOVO 제공
최근 파죽지세로 리그 7연승과 1위 등극을 노렸던 케이비 손해보험은 이날 패배로 아쉬움을 삼켰다. 팀 에이스 케이타(20)가 맹활약한 1세트와 4세트는 따내고, 비교적 부진했던 2세트와 3세트는 내주는 식이었다. 케이비 손해보험은 이날 패배로 9승7패(승점 29)로 2위 자리를 지켰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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