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17·대한항공)만 있는 게 아니다. 한 살 어린 김나영(16·포스코에너지)도 쑥쑥 크고 있다.
한국 여자탁구의 ‘샛별’ 신유빈이 7일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2021 회장기실업탁구대회 여자단식 32강전에서 가파르게 상승하는 ‘또 다른 별’ 김나영에 3-1(6-11/11-9/11-7/11-8)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한국 여자탁구의 미래로 떠오른 신유빈은 지금까지 줄곧 선배들과 싸워 이기면서 도약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제2의 신유빈’으로 불리는 후배를 만나 첫 게임에서 6-11로 뒤졌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신유빈은 두 번째 게임부터 바짝 정신을 차렸고, 내리 이기면서 승리를 밀봉했다. 하지만 무섭게 성장하는 ‘뒷물결’의 위협도 느꼈다.
김나영의 아버지는 김영진 수자원공사 탁구팀 감독이다. 어머니도 탁구인으로 김나영을 직접 가르쳤다.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을 택한 것도 신유빈의 결정과 똑같다. 1m71로 키가 큰 편이며, 드라이브 파괴력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김나영은 지난달 대표팀 선발전에서는 세계랭킹이 낮아 출전할 수 없었다. 최근 1년여간 코로나19 사태로 실업팀 경기가 열리지 않으면서 신유빈과는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김나영은 이날 도쿄올림픽 이후 많이 성장한 신유빈을 위협해 앞으로 한국 여자탁구의 맞수 대결을 예고했다. 앞서 열린 여자복식 16강 경기에서는 김나영-유한나(포스코에너지) 짝이 신유빈-이은혜(대한항공) 짝을 3-2로 제압했다.
김형석 포스코에너지 감독은 “김나영의 성장 속도가 무섭다. 백핸드 드라이브가 좋고 지구력도 뛰어나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유한나도 부쩍 기량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단식 16강에 오른 신유빈이 계속 이기면 8강에서 국내 최강인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와 만날 가능성이 있다.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신·구 최고 권력의 싸움이 펼쳐진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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