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최근 여자농구판에서 춘천 우리은행이 11연승을 내달리며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승행진을 시작하기 전인 1라운드에서는 1승4패로 꼴찌였다. 놀라운 변화다.
우리은행의 연승 비결은 타미카 캐칭이라는 미국인 선수에게 있다. 미국 여자프로농구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캐칭은 경기마다 평균 26.4 득점, 14.4 튄공잡기의 놀라운 활약으로 토종 선수들의 경기력까지 끌어올리며 ‘캐칭 효과’라는 말을 탄생시켰다. 마치 지난해 남자농구판에서 안양 에스비에스(현 케이티앤지)가 단테 존스를 영입한 뒤 기록적인 15연승을 내달린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는 팀간 전력 불균형을 보정하고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장점 때문에서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 스포츠에서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11연승이라는 동전을 뒤집어보면 한국 여자농구판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 여자농구는 외국인 선수 1명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꼴등도 할 수 있고 1등도 할 수 있다. 프로축구판에서는 시즌 동안에도 감독들이 브라질 등을 돌아다니며 공격수를 찾느라 자리를 비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외국인 선수는 너무 자주 바뀌는 바람에 팬들에게 정붙일 기회도 주지 않는다. 여자농구의 구리 금호생명은 리그 시작 50일도 안 됐지만 벌써 세번째 외국인 선수를 데리고 왔다.
한 농구 관계자는 “요즘엔 고교 농구선수 부모가 대학 감독에게서 자기 자식은 센터로 기용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서야 진학시킨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대학에서 센터로 날려봐야 이미 월등한 기량의 외국인 선수가 버티고 있는 프로판에는 발을 내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과의 프로 올스타전에서 외국인 센터 나이젤 딕슨이 버틴 1차전은 대등한 경기를 하고도, 토종 선수들만 뛴 2차전에서는 튄공잡기와 골밑슛이 중국의 절반에 그쳤다.
프로 팀들은 외국인 선수 제도의 달콤함을 한껏 즐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몸담고 있는 한국 프로 시장과 프로의 젖줄이라 할 아마추어는 비틀거리고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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