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이 7월24일 도쿄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긴 뒤 관계자와 포옹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어펜져스’ 맏형다웠다.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예능 출연과 인터뷰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2020 도쿄올림픽 이후 처음 국내에서 치러진 대회에 참가해 개인전 우승을 거뒀다. 펜싱 ‘리빙 레전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김정환은 20일 강원도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61회 대통령배 전국 남녀 펜싱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 사브르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도쿄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해낸 오상욱(25·성남시청)을 15-8로 꺾었다. 펜싱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따낸 실력이 그대로 입증된 셈이다. 그는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도쿄올림픽에서도 개인전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2012 런던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 때는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준호(27·화성시청), 구본길(32·국민체육진흥공단)을 각각 8강전(15-14), 4강전(15-8)에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지만 결승전에서 ‘맏형’을 이기지 못했다.
현재 김정환은 구본길·김준호·오상욱과 함께 ‘어펜져스’로 불리며 〈아는 형님〉(JTBC), 〈집사부일체〉(SBS), 〈라디오스타〉(MBC) 등 다양한 티브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입담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정환은 “우리끼리는 ‘물 들어왔을 때 (배)엔진 켜자’라면서 방송 섭외에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주까지도 예능 나들이는 이어질 것이라고. 훈련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26년 펜싱을 해왔기 때문에 기술 등이 몸에 배 있다. 대회 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안다”고 했다.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직후 은퇴하고 1년간 검을 놨다가 선수 복귀전에서 1년 만에 검을 들었는데도 3위에 입상한 바 있다. 김정환은 “예전에는 고된 훈련을 보상받아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피스트 밖에서 펜싱을 바라보니 생각이 더 트였다. 경기할 때 더 과감해진 면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펜싱협회는 11월 월드컵 시즌 개막을 앞두고 두 차례 국내 대회를 더 치른 뒤 그간의 성적을 합산해 국가대표를 선발할 계획이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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