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대표팀이 7월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끝난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쓴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원팀’으로 뭉쳐 투혼을 보여준 대표팀의 활약 덕분이다. 하지만 뜨거운 인기에도 불구하고, 향후 여자배구 대표팀의 전망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팀의 에이스 김연경(33)의 빈자리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김연경은 지난 12일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대표팀 센터 김수지(34)와 양효진(32)도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는 뜻을 밝혔다. 애초 김연경 등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는 뜻을 밝혀왔기에 놀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는 점이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에서 독보적 활약을 펼쳤다. 득점 2위(136점), 공격 성공률 2위(44.85%), 디그 2위(83개), 리시브 9위(88개) 등 공수를 가리지 않았다. 팀 내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고려하면, 대체 불가능한 선수였다고 평할 만하다. 양효진도 블로킹에서 공동 5위(20개)를 기록하며 팀을 든든히 받쳤다.
대표팀 평균 신장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192㎝), 양효진(190㎝), 김수지(188㎝)는 팀 내 대표적 장신 선수다. 한국 대표팀 평균 신장은 182.3㎝에 달했지만, 이들이 빠지면 평균 179.7㎝로 약 2.6㎝ 줄어든다. 키가 작은 편인 일본 대표팀(177.3㎝)과의 차이도 2.4㎝로 좁혀진다. 신장이 중요한 배구의 특성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추가 이탈 가능성도 있다. 당장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은 치를 수 있지만, 2024 파리올림픽에선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 한국 대표팀 평균 연령은 약 28.4살. 30대가 6명에 달한다. 20대 초반은 안혜진(23), 박은진(22) 정지윤(20) 셋뿐이다. 반면 일본 대표팀은 평균 나이가 26.6살로 비교적 젊었다. 30대는 4명뿐이고, 20대 초중반 선수는 6명에 달했다.
일각에선 쌍둥이 자매 이재영(25)과 이다영(25) 복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혜정(68) 전 감독이 “선수가 더 반성하고 김연경의 빈자리를 채우길 바란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두 선수가 반성과 사과 대신 그리스행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결국 포스트 김연경 체제 성공을 위해서는 원팀 정신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술적으로도 팀 전체가 유기적인 경기를 펼치는 ‘토탈 배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대표팀 사령탑이기도 했던 이정철 배구해설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번에 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도쿄에서 보여줬던 팀워크를 잘 살려가야 할 것”이라며 “누구 한 명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공격과 수비에 있어서 팀 전체가 적극적인 모습으로 함께 가야 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리그에서 각 팀의 에이스다. 본인들이 주인공이 되어 함께 팀을 끌고 갈 수 있는 마음의 깊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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