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귀국 소감을 말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김연경(33)의 귀국 기자회견에서 선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진행이 논란을 빚고 있다.
도쿄올림픽 4위를 이끈 여자배구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배구팀을 대표해 짧은 기자회견을 했다. 환영식은 대한배구협회 주관이었고, 협회는 그동안 미디어데이 행사 등을 진행해온 유애자 대한배구협회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겸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에게 사회를 맡겼다.
국가대표 출신의 유애자 부위원장은 선수들과 막역한 사이다. 김연경 선수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다소 민감한 질문을 이어가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유 부위원장은 김연경에게 여자배구가 4강에 올라 역대 최고의 포상금을 받게 됐다는 점을 알린 뒤, 규모까지 알고 있냐고 물었다. 이에 김연경이 “6억원 아니냐”고 답하자, 이번엔 후원자에 대한 감사 인사를 요청했다. 김연경은 “많은 포상금을 주셔서 기분 좋다. 감사하다”고 답했다.
유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자배구 선수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격려한 사실도 꺼냈다. 또 “문 대통령이 축하했다”며 답변을 원했고, 김연경이 “감히 대통령님한테…. 그냥 너무 감사한 것 같고 그렇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린다. 좋은 이야기 많이 해줘서 감사하고 앞으로가 기대되니까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 부위원장은 대통령께 대한 감사를 재차 요구했고, 김연경은 “감사합니다. 우리 배구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김연경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방금 했는데 또 해야 하는가’라며 멈칫했다는 게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의 말이다.
배구계 관계자는 “미디어와 팬들이 있는 가운데 진행자가 친밀감을 앞세워 선수에게 너무 편하게 질문하면서 선수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것 같다.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민감한 질문도 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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