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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숨은 일꾼들’ 7. 살림꾼 김대업 주무

등록 2006-02-01 11:03수정 2006-02-01 20:22

사우디 리야드 연습장에서 독일월드컵 공인구인 팀 가이스트를 들고 있는 축구국가대표팀 김대업 주무.
사우디 리야드 연습장에서 독일월드컵 공인구인 팀 가이스트를 들고 있는 축구국가대표팀 김대업 주무.
대표팀에 무슨 일 생기면, 도와줘요~ ‘김반장’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독일월드컵을 향한 국가대표팀의 해외전지훈련은 41일간 5개국을 이동한다.

겨울인 한국을 떠나 여름 날씨에 가까운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을 거친 뒤, 다시 봄 날씨에 가까운 홍콩으로 왔다.

이제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갔다가 다시 중동의 시리아로 옮긴 뒤 한국으로 돌아온다.

대륙을 오고 가는 것은 물론이고, 계절도 뒤죽박죽이다. 게다가 시차도 하루, 한나절, 반나절 등 차이가 다양하게 난다.

당연히 선수들은 괴롭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이슬람 근본주의를 강조해, 사회 문화체제가 한국과 다른 나라에 가면 먹는 것은 물론이고, 생활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선수들이 그런 괴로운 일이 생길 때마다 가장 먼저 찾는 이가 있다.

김대업(34)주무.


경기장 한쪽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 관계자와 협의를 하는 김대업 주무.
경기장 한쪽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 관계자와 협의를 하는 김대업 주무.

사계절이 뒤죽박죽, 문화도 제각각…전지훈련 선수들은 괴롭다
대표팀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는 ‘김 주무’

선수단과 생활을 같이 하면서 모든 경기 외적인 문제를 담당한다.

김 주무는 지난 1999년 12월부터 대표팀 주무로 발탁돼 그동안 월드컵(2002 한일) 1회, 올림픽(2000년 시드니) 1회, 아시아 경기대회(2002 부산) 1회와 아시안컵(2000 레바논, 2004 중국) 2회를 치렀다.

이제 월드컵은 두번째.

대표 선수단 내부 사정에 가장 정통한 베테랑이다.

그의 최고 임무는 선수단이 예정된 대회에 문제없이 참가해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경기 결과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몫이다. 그는 하늘이 두쪽나도 선수들이 건강하게 현지로 가서 훈련하고, 경기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

해외 전지훈련이 결정되면 비행기 예약, 호텔 예약에서 부터 현지 기후와 생활 습성을 파악하고, 이런 정보를 선수들에게 알린다.

이번 전지훈련의 경우 비자 수속이 복잡하기로 악명이 높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미국이 포함돼 있어 30여명에 이르는 선수단관련 서류를 갖추는데도 ‘돌아버릴 뻔’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선수들이 불편 없이 먹도록 하는 것도 김 주무의 역할. 이번 첫 전훈지인 아랍에미리트 연합의 두바이에서는 미리 현지 한국식당에 연락해 김치를 준비했으나 아드보카트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훈련하려고 ‘김치 접근 금지’를 결정, 침만 삼켜야 했다.

홍콩 축구구장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연습 뒤 공 등 각종 장비를 챙겨 경기장을 나서는 김대업 주무.
홍콩 축구구장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연습 뒤 공 등 각종 장비를 챙겨 경기장을 나서는 김대업 주무.

월드컵 2회 출전 선수단 내부 사정에 가장 정통한 베테랑
비자 소속 복잡한 사우디·미국 ‘돌아버릴 뻔’
홍콩에선 연습구장 사용 허락에 발 동동 구르기도

현지 대회조직위원회와 협조가 잘 되면 좋으나, 까다로운 조직위를 만나면 애먹는다.

홍콩의 경우 아드보카트 감독은 덴마크와의 경기를 하루 앞 둔 31일 오전훈련중 “오후 훈련도 한다”며 “연습장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비상이 걸렸다. 대회조직위 관계자에게 전화해보니, “연습구장 사용을 하려면 홍콩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모두 춘절 연휴라 허락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오전 훈련을 좀더 하는 선에서 일은 마무리됐다.

김 주무의 기도 “선수단 화합하게 하소서. 부상 선수 없게 하소서”

“주무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연습 중이던 선수단을 바라보며 경기장 밖에 앉아 있던 김 주무에게 물어 보았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가장 큰 돌발 상황은 선수의 부상이죠. 부상 정도를 파악해 후송을 보낼지를 결정해야 하고, 대신 참가할 선수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합니다. 훈련 용품의 준비도 큰 일이지요. 이번 전지훈련에서 우리는 독일월드컵 공식구인 ‘팀가이스트’를 쓰려고 많이 준비해왔는데,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는 그 나라 선수단이 그런 공을 처음보고 차 본 일도 없어 경기에 다른 공을 써야 했어요.”

치열한 내부 경쟁을 치르는 선수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없도록 세심한 신경을 쓰는 것도 큰 일이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경기에 계속 져 분위기가 침체하거나, 선수와 감독 사이에 불화가 생기면 정말 힘듭니다.”

선수들의 연습이 끝나자 김 주무는 공과 연습 장비를 챙겨 운동장을 떠난다.

“부상 선수 없이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게 해주소서.”

김 주무의 기도는 끝이 없다.

홍콩/글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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