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스버그컵 4개국 초청 축구대회 덴마크와의 결승을 하루 앞둔 31일 오전 홍콩 시우사이완 경기장서 아드보카트 감독이 내일 경기에 스타팅 멤버로 출전할 선수들에게 노란색 조끼를 직접 나눠 주고 있다. 홍콩/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운명의 노란 조끼’…독일행 누가 입을까?
아드보카트 직접 나눠주며 카리스마 과시, 선수들은 초긴장
아드보카트 직접 나눠주며 카리스마 과시, 선수들은 초긴장
“독일행 노란 조끼를 입어라” 독일월드컵 본선행 태극호에 탑승하기 위해 해외전지훈련 중인 한국 국가대표선수들은 노란색만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자신의 운명을 가르는 노란색이기 때문이다. 그 노란색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심어준 ‘운명의 색’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평가전 바로 전날 훈련을 할 때 마지막 순서로 두 편으로 나눠 연습경기를 시키고, 편을 가르기 위해 한쪽 편 선수들에게 노란 조끼를 준다. 그 때 노란 조끼를 입은 선수는 다음날 평가전의 선발이 된다. 전지훈련 초반에는 그라운드 중앙에서 이름을 부른 뒤 노란 조끼를 스스로 집어 입도록 했으나, 최근엔 먼저 이름을 부르지 않고 아드보카트 감독이 직접 말없이 나눠준다. 그라운드 한가운데 선수들을 둥그렇게 둘러 세운 뒤, 자신이 선수 앞으로 돌며 선발 지명한 선수에게 노랑 조끼를 주는 것이다. 그 때 선수들은 가슴은 터질 듯 긴장된다. 노랑 조끼를 받으면 선발 출전해서 자신의 기량을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노랑 조끼를 나눠주는 모습은 마치 종교 예식을 치르는 것 같이 엄숙한 분위기. 그것을 지켜보는 스태프진이나 취재기자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이다. 특히 아드보카트 감독이 직접 노랑 조끼를 나눠주는 것은 자신이 지닌 카리스마를 한껏 내뿜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대표팀의 한 스태프는 “선수들은 노랑 조끼를 나눠 받는 시간이 정말 길게만 느껴진다고 말하더라”면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수 다루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일 뿐이다”고 말했다. 홍콩/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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