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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숨은 일꾼들’ 6. 비디오 분석관 신승순씨

등록 2006-01-31 11:15수정 2006-01-31 20:04

축구국가대표팀 비디오 분석관 신승순씨가 스탠드 맨 위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축구국가대표팀 비디오 분석관 신승순씨가 스탠드 맨 위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감독도 모르는 선수 장단점 비디오는 알아요”
그를 인터뷰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니 기회가 없었다. 처음엔 ‘무대포’로 다가가서 물었다.

“언제부터 했나요?”

“미안합니다. 촬영 중에는 제 말이 다 녹음이 돼서요…”

“아 죄송합니다”

전지훈련 기간 중에 그가 남과 이야기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는 항상 말이 없이 혼자 일했다. 몇 차례 기회를 보았으나 그에게 말을 걸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항상 비디오 촬영기가 들여 있었고, 그는 운동장 한 편에서 그 촬영기의 파인더를 통해 선수단을 찍고 있었다.

그는 축구 국가대표팀 비디오 분석관 신승순(35)씨이다.

연습부터 실전까지 선수들 움직임 모두 비디오로 담아
접근해 말 걸기가 힘들 정도로 바쁜 사람

그는 선수단이 연습하는 모습과 경기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는다.

때로는 운동장 스탠드 맨 위에서, 때로는 선수들 가까이 접근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담는다. 연습 처음부터 끝까지 선수들의 움직임을 그는 비디오 촬영을 한다. 그러니 그에게 접근해 말을 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를 물어 보았다.

2001년부터 비디오 촬영. 처음엔 다른 일을 하다가 비디오를 촬영하기 시작. 컴퓨터에 특별한 재주가 있음. 하루종일 촬영한 것을 밤에 편집해 감독에게 줌. 영어도 잘하고 아직 미혼임.

처음엔 압신 코트비 코치가 하던 일을 도와서 함께 하다가 지금은 혼자 촬영함.(코트비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 아래서 비디오 분석을 하다가 지금은 코치로 일함)

일본 출장중 유소년 축구팀 비디오 촬영에 감동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전지훈련지가 홍콩으로 변한 최근에야 연습장에서 그와 이야기 할 수 있었다. 그것도 그가 방송사 관계자에게 촬영에 대해 무엇을 물어 보기 위해 잠시 촬영을 중단하고 있을 때였다.

“무엇을 물어 보나요?”

“네, 촬영에 대해 계속 배워야 하니까요.”

“언제부터 이 일을 했나요?”

“지난 2001년 축구협회에서 한일월드컵을 위해 직원을 뽑을 때 입사했어요. 그리고 처음엔 다른 일을 하다가 비디오가 좋아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우연히 이 일을 하게 됐어요.”

그는 일본에 출장갔다가 유소년 축구팀부터 선수들의 모습을 촬영해 그것을 통해 기량을 발전시키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비디오 분석의 과학적 효과 히딩크가 입증
감독도 선수도 보지 못한 선수들의 장단점 찾아내

월드컵 4강 신화의 사령탑 히딩크 감독도 비디오 분석을 통해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는 하루종일 촬영한 것을 숙소에서 디브이디(DVD)로 구워 감독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감독은 그것을 통해 자신이 연습장에서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해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선수들도 자신들이 뛰는 모습을 보며 잘못된 점을 알 수 있고, 잘하는 선수의 모습을 배워 간다고 한다. 비디오 분석의 효용성은 히딩크가 이미 증명해 보였다.

“다른 국내 프로 구단에서도 비디오 분석을 하나요?”

“한일 월드컵 이후 일부 프로구단에서도 하고 있어요. 그 수는 아직 적어요. 협회에서 일선 지도자에 대한 비디오 교육을 통해 보급했으면 합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해 선수들을 지도하는 ‘비과학적인’ 지도자가 아직 많다는 것이다.

전지훈련기간 중에는 낮에 찍은 것을 편집하지 않고 모두 감독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평소에는 편집기를 통해 공격, 수비시 세트 플레이 모습과 선수 개개인에 대한 훈련 모습을 별도로 편집해 감독에게 주기도 한단다.

감독이 아침에 특별히 부탁하는 경우도 있단다. 누구의 어떤 모습을 꼭 찍어달라 는 등의.

신승순 비디오 분석관은 외로운 사냥꾼처럼 혼자 일한다.
신승순 비디오 분석관은 외로운 사냥꾼처럼 혼자 일한다.
그가 외로운 사냥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그는 수줍게 말한다.

“물론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죠. 한일월드컵 4강이 가장 기뻤어요.”

“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나요?”

“일년에 반은 외국에 있던가 합숙을 하는데 연애할 시간이 있어야지요”

그는 2남2녀의 막내란다.

“어제가 설날이었는데, 한국의 부모님께 안부 전화라도 드렸나요?”

“아뇨, 크로아티아 경기가 끝나고 숙소에 들어가 작업을 하느라고 전화를 못 드렸어요. 오늘 밤에 전화드려야죠” 그는 다시 비디오를 들고 경기장 스탠드 맨 꼭대기로 올라간다.

그가 외로운 사냥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홍콩/글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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