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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월드컵 ‘숨은 일꾼들’3. 대표팀 의무팀장 최주영

등록 2006-01-26 16:43수정 2006-01-27 11:59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결국 비행기 못탄 황선홍 지금도 제일 생각나 ”
그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살아 있는 역사다.

그를 거쳐간 감독이 무려 10여명이다. 대표팀 소속이 된 지도 12년째이니 태극호의 터줏대감이다. 그의 손질을 거쳐간 대표선수들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긴 곱슬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최주영(54) 의무팀장은 지난 94년 8월부터 국가대표팀에서 일을 했다.

그가 하는 일은 선수들의 부상을 치료하기 위한 물리치료. 대학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과 독일에서 연수를 받으며 체육인들의 부상 치료를 연구했다.

그리고 지난 82년 스포츠 의료인으로는 처음으로 중동 카타르로 ‘수출’됐다. 카타르 배구 국가대표팀의 물리치료를 책임진 것이다. 10년간 카타르에 있으면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재활 및 심리 치료에 일가견을 갖게 됐다.

1992년 귀국한 최씨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 12년간 모든 에이(A) 매치에 참가해 선수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치료했다.

“그동안 가장 기억나는 대표선수는 누군가요?”

최씨는 주저하지 않고 황선홍을 꼽는다.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중국과 평가전을 하던 황선홍이 무릎을 다쳤습니다. 바로 다음날이 본선 참가를 위해 프랑스에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밤새 치료를 했는데, 차도가 없었어요.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다 나더군요. 간절한 밤샘 치료도 헛되게 황선홍은 결국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어요.”

그런 황선홍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에 다시 선발되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첫 경기인 폴란드전에서 첫 골을 넣었다.

“정말 기뻤어요. 한국이 월드컵에서 첫 승리를 한 것도 기뻤지만, 황선홍의 득점은 저에겐 남다르게 기쁜 일이었어요.”

그 다음은 이영표선수란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000년 시드니올림픽 준비를 하던 이영표가 무릎 인대를 다쳤어요. 황선홍의 악몽이 떠오르더군요. 얼마나 열심히 재활훈련을 했는지, 그 순한 이영표가 저를 ‘보기도 싫다’며 진저리를 치더군요.”

그리고 재활에 성공한 이영표는 “선생님 덕분에 살아났다”고 고마워하는 말을 듣곤 큰 보람을 느꼈단다.

박지성도 그에겐 잊지 못할 선수이다.

“2002년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앞둔 이틀전 박지성이 왼쪽 발목을 다쳤어요. 미국과의 경기에서 다친 거죠.

치료 시한은 단지 이틀. 박지성과 함께 죽기살기로 치료에 몰두 했어요. 그리고 포르투갈 전에 나간 박지성은 바로 그 왼발로 결승골을 넣으며 승리의 주역이 됐어요. 얼마나 기쁘던지”

그 영광의 순간을 회상할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번에 잊지 못할 감독.

“히딩크 감독은 정말 완벽했어요. 선수와 코칭 스태프를 하나로 만드는 아주 특별한 재주가 있었어요. 힘들어도 우린 하나이고,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을 불어 놓었어요. 그리고 목표를 분명히 제시했고, 그것을 달성해 나갔어요. 4강까지 가는 기적을 만든 히딩크는 결승까지도 가능하다는 불타는 의지를 심어 준 정말 ‘퍼펙트’한 감독이었어요.”

이번 전지훈련 기간중 큰 부상을 입은 김영광 수문장과는 매일 호흡을 맞춰 부상을 치료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전술 훈련을 하는 동안 그는 김영광과 운동장 한 켠에서 그의 다리를 만져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의료진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아요.”

느낌이 좋단다.

그의 둘째 아들(최재성)은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며 연세대 재활의학과를 다니고 있다. 아버지보다 축구를 좋아하는 그는 미래의 어느날 한국 축구대표팀의 의무를 담당할 것을 믿으며 해외 출장을 떠나는 아버지를 바라본다고 한다.

리야드/<한겨레> 스포츠부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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