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 관계지와 이야기 나누는 전 차장.
바람처럼 먼저 왔다 떠나는, 축구와 결혼한 그
바람과 같다. 그는 먼저 왔다 먼저 간다. 41일간의 대표팀 해외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연합,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미국, 시리아 등지에 그는 항상 대표팀보다 먼저 훈련지에 도착한다. 또 다음 행선지로 누구보다 먼저 떠난다. 미리 가서 현지 사정을 파악하고, 이미 예약한 호텔과 훈련할 운동장, 교통편 섭외 등 온갖 잡일을 해야 한다. 그러니 그는 대표선수단이 이리저리 움직일수록 힘들다. 대표팀이 이동한다는 것은, 한번 세팅한 시스템이 모두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의 지원팀장 전한진(36) 차장. 현재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박일기씨와 함께 대표팀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전씨는 대표팀의 국제행정을 담당하며 해외 현지에서의 지원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머리를 뒤로 넘기는 ‘올백’ 스타일에 항상 싱글싱글 웃는 밝은 표정으로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는 전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은행원인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에 살며 영어를 익혔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 앞자리에 앉아 이동하는 전 차장.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대한축구협회에 들어 온 전씨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창조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 감독의 통역을 하며 축구의 참맛을 맛보았다.
“애초부터 축구를 좋아했어요?” 대표선수단 일정 파일을 한 손에 낀 채 연습장에서 대표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바라보는 전씨에게 물었다. “아뇨, 전 야구를 좋아했어요” 어릴 때 야구를 좋아했던 전씨는 손이 아닌 발로 하는 축구에 인생을 걸게 됐다. 해외활동이 많을 것 같은 그에게 결혼 여부를 물어봤다. “싱글입니다.” 얼굴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그럼,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아뇨, 한번했다가 3년 만에 이혼했어요.” 아! 괜한 것을 물었구나. 그러나 내친 김에 하나 더 물어 보았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이 큰 이유였겠네요?” “그래요. 신혼 초에 일년 365일 가운데 270일을 나가 있었으니 누가 좋아하겠어요.”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전 차장.
그리곤 “축구와 결혼할 팔자였나봐요.”라며 껄껄 웃는다. 히딩크 감독의 통역을 하며 어려웠던 점을 물어보았다. “우리는 외국 감독을 대하면서 많은 고민을 합니다. 우리 한국식으로 생각해 그에게 접근하는 것이죠. 그런데 실제 그들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어렵게 이야기 하면 그는 ‘뭐 그런것을 고민하냐’며 어깨를 툭 칩니다” 그는 대표팀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두번째 경기인 핀란드와의 경기를 보지 못한 채 이미 다음 전지훈련지인 홍콩으로 하루 전에 출발했다. 그리고 현지 호텔과 연습장을 준비하며 대표팀의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다. 리야드/ 글·사진 <한겨레> 스포츠부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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