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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보카트의 ‘미소’그리고 ‘신경증’

등록 2006-01-23 13:27수정 2006-01-23 15:22

사우디 전지훈련 중인 이천수와 아드보카트 감독. 아랍 에미리트와 평가전 패배후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로 이동, 그리스전을 앞두고 회복훈련에 들어간 한국 축국국가대표팀 이천수가 19일 오후(현지시각) 알 나세르 구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xyz@yna.co.kr
사우디 전지훈련 중인 이천수와 아드보카트 감독. 아랍 에미리트와 평가전 패배후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로 이동, 그리스전을 앞두고 회복훈련에 들어간 한국 축국국가대표팀 이천수가 19일 오후(현지시각) 알 나세르 구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xyz@yna.co.kr
옆에서 지켜본 아드보카트 감독

딕 아드보카트(아드보로 줄임) 감독은 항상 엄숙한 표정이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거스 히딩크 감독은 연습 도중 선수들과 뒤엉키기도 했고, 족구도 하며 자주 웃었다.

그래서 사진기자들은 히딩크 감독을 좋아했다. ‘그림’을 잘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드보는 연습하는 모습을 팔짱을 끼고 유심히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이 필요하면 경기장에 들어가 두 팔을 흔들며 선수들에게 전술을 설명한다.

진지함이 그대로 배어난다. 때론 화를 내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선수들과 함께 지내는 숙소에 들어가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직접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가 성질을 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그런 아드보가 전지훈련이 계속되면서 조금씩 미소와 날카로운 반응(한번이지만)을 보였다.

아드보카트, “행복하지 않은 첫 경기죠?” 질문에 ‘싸늘한 응대’

우선 날카로운 반응.


지난 17일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경기에서 패한 뒤 아드보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한국 취재진에 다가섰다. 공식 통역관이 자리하기 전 아드보를 둘러싼 한국기자 가운데 한명인 한 통신사 기자가 간단한 영어로 질문을 단졌다. “Is it unfortunately warmming up?”(행복하지 않은 첫 경기죠?) 이 질문은 약체로 알려진 아랍에미리트연합을 전지훈련 첫 상대로 잡았으나 오히려 패한 것을 비꼬는 어감이 강한 질문이다.

그러자 아드보는 정색을 하며 그 기자에게 반문했다. “Do you know how many scoring chances we have?”(당신 우리가 몇번이나 득점기회를 가졌는지 알아?)

순간 분위기는 썰렁해졌으나, 아드보는 한번 더 같은 질문을 그 기자에게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동한 뒤 아드보는 득점 기회의 숫자를 정확하게 말했다.

“우리는 그 경기에서 모두 9번의 득점기회가 있었고, 그 가운데 5번은 결정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3번의 결정적인 기회 때 박주영이 그 자리에 있었다.”

골잡이 박주영을 설명하며 아드보는 3번 숫자를 거론한 것이다. 사람들은 숫자를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친구 사이에서도 옛날 이야기를 하며 날짜와 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수 등 아라비아 숫자를 끼워넣으면 그런 기억을 못하는 친구들은 그 친구의 주장에 따라 갈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아드보는 틈나는 대로 숫자를 거론(예를 들어 “그리스와 경기 후반에 3차례의 결정적 득점찬스가 있었다”)하며 상대를 설득시키는 화법을 구사한다. 그 통신사 기자는 그 이후 별명이 ‘언포추네이트리’가 됐다. 아드보는 그 기자에게 미안했는지 이후 기자회견에서 그 기자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다소 튀어 나온 그 기자의 배를 손으로 만지며 친밀감도 표시했다.

21일 오후(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프린스 파이잘 빈 파드스타디움에서 열린 4개국 초청 축구대회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들이 만족스런 모습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리야드=연합뉴스)
21일 오후(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프린스 파이잘 빈 파드스타디움에서 열린 4개국 초청 축구대회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들이 만족스런 모습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리야드=연합뉴스)
“왜 김남일 기용안했나” 질문에는 미소띤 응대

이번엔 아드보의 미소.

그리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한 한국 기자가 “한국 축구의 수비형 미드필더 대명사인 김남일을 왜 기용하지 않는냐?”고 물었다. 아드보는 통역도 끝나기도 전에 “yet(아직)”이란 단어를 간단하면서도 ‘정확히’ 두번 말했다. 그리곤 “아직 8번의 평가전이 있다”고 웃음면서 말했다. 조급한 한국인들이여, 좀 참고 기다리라는 표정을 보였다.

특히 그리스전에서 자신이 고집스럽게 추진하는 4백 시스템이 그런대로 만족한 결과를 보이자 아드보는 더욱 여유있는 모습을 갖게 됐다. 해외 전지훈련 초반, 선수들에게 에어컨도 작동 못하게 하고, 김치도 못 먹게 했던 치밀한 카리스마의 사령탑 아드보.그가 연출하는 태극호의 항해가 어떤 모습으로 끝날지 곁에서 지켜보는 맛이 쏠쏠하다.

리야드/<한겨레> 스포츠부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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