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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아바야 입고 차도르 쓰고 “오~ 필승 코리아”

등록 2006-01-20 15:18수정 2006-01-23 11:47

사우디와 같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여성에 대해 조금 관대한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 한 공원에 차도르를 쓴 현지 여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우디와 같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여성에 대해 조금 관대한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 한 공원에 차도르를 쓴 현지 여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스웨덴 항의로 축구경기장 여성출입 허용
한국 여성도 그리스전 관람한다

차도르 쓴 여자와 눈만 마주쳐도 감옥행
술 말시고 싶으면 집이나 외딴 사막으로 가야

사우디아라비아에선 길거리 가다가 여자와 눈을 마주치면 큰일난다.

온 몸을 감싸는 검은 천(아바야)을 두르고 두 눈만 내놓는 차도르를 쓴 채 외출한 여성을 마주 볼 경우, 그 여성의 남편으로부터 구타를 당해도 호소할 곳이 없다. 남편이 때리기 귀찮으면 경찰에 신고해 구속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사우디에 처음 온 외국인은 멀리 여성이 오면 눈을 내리깐다.

이슬람교의 탄생지로 성문법 대신 이슬람 교리인 ‘코란’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만약 외국인이 술병을 짐 속에 넣고 입국하려다 적발되면 공항에서 즉시 추방된다. 물론 술집도 없고 가게에서 술을 찾아 볼 수 없다.

차도르를 쓴 사우디 남성. 흰 차도르는 정장이고, 겨울에는 붉은 색 차도르를 하기도 한다. 사우디의 여성 차도르는 눈을 완전히 가려도 사물이 잘보이는 한국산 차도르가 고급 차도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차도르를 쓴 사우디 남성. 흰 차도르는 정장이고, 겨울에는 붉은 색 차도르를 하기도 한다. 사우디의 여성 차도르는 눈을 완전히 가려도 사물이 잘보이는 한국산 차도르가 고급 차도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우디에 사는 한국 교민들은 집안에서만 마시던지, 멀리 사막 한 가운데 가서 술을 마신다. 아니면 인근 두바이나 바레인으로 가서 알콜의 유혹에 빠진다.


물론 암거래되는 술은 있다. 누룩으로 만든 밀주가 폭력 조직에 의해 은밀히 거래되고, 양주는 정상 가격보다 5배 이상 비싸게 거래된다. 밀주는 도수가 75도 까지돼 음료수에 희석해 먹는다.

길거리에 사진기를 함부로 들이대도 안된다. 차 타고 가면서 사진을 찍다가 적발되면 경찰이 경찰차를 몰고 와 카메라를 압수한다.

길거리엔 종교경찰 ‘무타와’가 순찰을 돌며 하루 5차례의 기도 시간을 지키는지 감시한다.

새벽 3시30분, 낮 12시, 오후 3시와 5시, 7시께 30분씩 진행되는 기도 시간엔 모든 것이 올스톱이다. 이 시간에는 상점은 문을 닫고 기도용 카펫을 깐 채 알라를 경배한다. 문을 닫은 상점에 가서 문들 두들기며 물건을 팔라고 했다가는 무타와에게 체포된다. 특히 턱수염을 길게 기른 사우디 정통 복장의 남자는 경계해야 한다. 무타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바이의 모스크 내부
두바이의 모스크 내부

기도 시간이 되면 시내 2블록마다 한 곳씩 있는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알라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방송이 나와 기도시간임을 알려준다.

이 시간이 되면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줄줄이 서 있어도 은행직원은 기도하러 간다.

한 교민은 “척박한 모래 사막에서 생존해야 하는 이곳 사람들은 삶을 유지하게 하는 신의 존재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아무 것도 없는 사막 위로 떠오르는 해와 붉은 빛을 사방을 남기며 지는 해를 보면 누구라도 경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장난 거는 아랍 어린이
장난 거는 아랍 어린이

축구 경기장에 여성의 출입이 허용된 것이다. 지난 18일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와 스웨덴 간의 평가전에 여성 관중이 경기장에 들어 간 것이다. 이는 ‘페미니스트 천국’ 스웨덴이 평가전에서 사우디 정부가 여성 참관을 못하게 한다는 말을 듣고 “만약 여성이 경기장에 들어 오는 것을 막는다면 경기를 거부하겠다”고 강력한 항의를 해 이뤄졌다. 물론 경기장에 들어오는 여성들은 온 몸을 검정 천으로 감싸고 차도로를 써 눈만 내 놓고 경기를 봐야 했다. 스웨덴과의 평가전에 들어 온 여성들은 대부분 리야드에 사는 외국인 여성들로 사우디 전통 복장을 한 채 응원을 해야 했다.

몇 명의 사우디 여성이 경기장에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관계자들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21일 열리는 한국과 그리스와의 평가전 때도 한국 교포 여성들이 스웨덴 덕분에 조국을 응원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리야드엔 600여명의 한국 교민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200여명이 여성. 이들 한국 여성은 검은 아바야를 입고 차도르를 입은 채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쳐야 한다. ‘붉은 악마’처럼 붉은 옷을 입거나, 손을 흔들며 응원해선 안된다.

이번 사우디 전지훈련을 취재하려던 한국 기독교방송의 축구담당 여기자는 사우디 정부가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아 입국을 못하기도 했다.

21일 한국 경기를 텔레비젼으로 지켜보는 한국의 축구 팬들은 한국 응원석에 사우디 여성이 앉아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고 보면 아마 착각이 될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얼굴을 가린 채 한국을 응원하는 교포 여성일 것이기 때문이다. 리야드/글·사진 이길우 <한겨레> 스포츠부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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