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에 들어서는 아드보카트 감독.
한국 축구대표팀 두바이 전지훈련 표정
스트레칭에 이은 술래잡기, 연습경기순
스트레칭에 이은 술래잡기, 연습경기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어떻게 훈련할까?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장이 아닌 훈련장에선 어떤 모습일까? 일반인들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경기장에서만 볼 수 있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평소 훈련하는 모습을 보긴 쉽지 않다. 두바이 전지훈련을 하는 태극전사들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경기를 앞두고 이틀간 실시한 연습과정을 들여다 보면 그들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더 할 수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 제일 먼저 운동장 입장…뒤이어 코치 줄줄이 지난 16일과 17일 이틀간에 걸친 두바이에서의 대표 선수단 훈련 과정을 소개한다.
선수단은 훈련시간에 맞춰 전용 버스를 타고 훈련장에 도착한다. 물론 훈련장에는 미리 대표팀 스태프들이 도착해서 사전 점검을 한다. 이곳 유명 축구클럽인 알 나스르 축구클럽 축구장 잔디에는 촉촉하게 물도 뿌려져 있다. 잔디가 뜨거운 태양에 말라 버리면 딱딱해져 선수들의 근육에 부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장엔 아드보카트 감독이 가장 앞에 서서 들어오고, 그 뒤를 핌 베어백, 압신 코트비, 홍명보 코치와 정기동 골키퍼 전담코치가 따라 온다. 그리고 미디어를 담당하는 이원재 부장도 선수단 화일을 옆에 끼고 들어 온다. 대표팀 주무를 맡은 김대업 축구협회 과장과 매니저 역할을 하는 전한진 차장, 11년째 대표팀 근육을 주물러 온 최주영 물리치료사,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생업을 잠시 접은 채 대표팀 전담 주치의로 나선 김현철 박사(관동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도 트레이닝 복장을 하고 운동장에 들어 선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입과 귀 역할을 해주고 있는 박일기 통역관도 서둘러 운동장에 들어 온다. 이어 주장 이운재와 최고 고참 최진철이 앞서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한민국 여성 축구팬들을 열광케 하는 박주영, 이동국, 이천수, 김남일 선수들이 입을 굳게 다문 채 강한 모습을 보인다. 운동장에 들어선 선수들은 운동화 끈을 조인뒤 운동장을 두세바퀴 돌며 몸을 푼다.
대표팀 훈련 첫 단계 스트레칭하는 모습.
그리고 스트레칭에 들어간다. 스트레칭 지휘자는 압신 고트비 코치. 고트비 코치는 정겨운 목소리로 알기 쉬운 영어로 선수들의 몸을 운동하기 좋게 만들어 준다. 부상 예방을 위해서 스트레칭은 필수. 선수들은 엎드리거나 하늘을 쳐다보며 굳어 있는 근육과 신경을 풀어준다. 이번엔 네그룹으로 나뉘어 커다란 사각형의 네 모서리를 가상해 한 그룹씩 모여 선다. 색깔이 이쁜 나즈막한 고깔을 사각형 중심을 향해 놓은 뒤 선수들이 뛰기 시작한다. 스트레칭 코치 압신 고트비 “지그재그” “미들 앤 백” “오케이, 릴렉스” “쿨 다운” 고트비 코치가 “지그재그” “미들 앤 백”이라고 외치자 선수들은 좁게 놓이 고깔을 바쁘게 오고 가며 중심으로 달려갔다가 원위치한다. 네 방향에서 달려드는 선수들은 마치 마스게임하는 학생들 같다.
대표팀 선수들이 한쪽발을 들고 다른 한쪽 발로만 뛰는 ‘깽깽이 뛰기’를 하고 있다.
이번엔 한쪽 다리를 뒤로 잡고 깽깽이로 뛴다. 고트비 코치는 “오케이, 릴렉스”라며 “쿨 다운”을 외친다. 선수들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기 시작한다. 이번엔 4-2 공 뺏기. 2명의 술래는 노랑색 수건을 잡고 4명의 가운데 들어간다. 공을 4명이 쉼없이 패스를 하고 두 명의 술래는 이 공을 가로채려고 애쓴다. 공을 놓치거나 가운데 술래에 빼앗긴 선수는 수건을 건네받고 술래가 된다. 홍명보 코치도 함께 한다. 순발력과 빠른 판단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이다. 그 사이 골대쪽에서는 이운재, 김영광 수문장이 온 몸을 던지며 공을 받아 낸다. 코치가 미사일처럼 질러대는 직선 공을 날렵하게 받아낸다. 4-2 공 뺏기놀이, 뺏기면 ‘술래’
대표팀 선수들이 공 빼앗기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이젠 운동장 반을 쓰는 연습경기(16일). 선수들은 힘을 합쳐 운동장 한쪽에 있던 골대를 번쩍 들어 하프라인에 옮겨 놓는다. 노랑색과 파랑색 조끼로 편을 가른뒤 아드보카드 감독의 휘슬에 따라 경기가 시작된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입 휘슬 소리는 정말 크다. 두 검지 손가락을 입 양쪽에 넣고 숨을 크게 붐에 내면 운동장 전체를 울리는 강력한 휘슬 소리가 난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연습 경기에 임한다. 선수들 사이엔 아드보카트 감독과 베어백, 고트비, 홍명보 코치가 함께 달리면서 선수들을 격려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때그때 경기를 중단시키고 선수들을 지도한다. 감독 옆에 서 있는 박일기 통역관은 감독과 같은 톤의 목소리로 일일이 통역한다. (연습 경기가 끝난 뒤 박 통역관에게 아드보카트 감독이 뭐라고 했느냐고 물어보자, 그 이야기를 들으려면 최소한 백만원은 줘야 한다며 낄낄 웃는다.)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엔 운동장 전체를 쓰는 연습경기를 했다.
연습경기를 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 가운데 흰모자가 아드보카트 감독.
박주영, 이천수, 이동국이 한 팀이다. 아마도 이 팀은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경기에 선발팀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골을 넣는 것보다 선수들의 위치 선정에 신경을 쓴다. 공이 상대 진영에 넘어 갔을 때 미들필더와 수비수의 위치가 부적절하면 즉시 불호령이다. 비록 성공은 못했지만 연결이 좋았다든지, 슛 시도가 좋았다면 그는 “굿 트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엄격하기도 하지만 칭찬에 결코 인색하지 않다. 1시간 30분에 걸친 연습이 끝났다. 연습이 끝나기 전 기자단은 인터뷰하고 싶은 선수 두명의 명단을 이원재 미디어 담당관에게 전달한다. 이 담당관은 그 것을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전달한다. 아드보카트 감독, 그날 연습 본 뒤 “오늘은 OO가 인터뷰 한다” 간택 그러나 누구를 인터뷰 할지는 오로지 아드보카트 감독의 결정에 달렸다. 미디어의 생리와 선수들의 심리 파악에 정통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때그때 자신이 판단해 인터뷰 할 선수를 고른다. 첫날엔 정조국, 조재진 선수가, 둘쨋날엔 이운재, 최진철 선수가 마이크 앞에 섰다. 아마도 첫날 ‘간택’된 정조국, 조재진 선수는 이번에 처음 태극호를 탄 신예 공격수들로, 이들에 대한 사기 진작과 기존 공격수들에 대한 긴장의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 같다. 인터뷰를 하라고 ’명령’받은 선수들은 대표팀에 뽑혀 전지훈련을 온 각오, 선수단 분위기를 줄줄이 이야기한다. 요즘 선수들은 마이크만 들이대면 이야기가 속사포처럼 터진다. 이제 모든 훈련이 끝났다. 선수들은 얼음물로 목을 축이며 버스에 오른다. 그런 연습을 지켜보던 기자들도 장비를 챙겨 숙소로 돌아간다. 마감 시간에 맞춰 뭘 쓸 것인가를 잔뜩 고민하면서…. 두바이/글·사진 <한겨레> 스포츠부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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