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뛴다. 그 때를 생각하기만 하면.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것을 그렇게 자랑스럽게 여겼던 적이 있었던가. 손바닥이 부셔져라 부딪치며 외쳤다.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계층과 이해갈등을 넘어서 우리는 하나였고,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만세를 불렀다. 서울 광화문, 시청역 광장,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이 붉게 물들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는 전세계를 향해 가슴을 활짝 펴고 달려 나갔다. 그렇게 고대하던 1승을 넘어, 16강을 지나, 8강을 뛰어, 4강까지 갔다. 이탈리아를 울린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골든골, 포르투갈을 제친 박지성의 멋진 왼발슛,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의 위풍당당한 질주, 그리고 거스 히딩크 감독의 환호에 찬 어퍼컷 세리모니. 영원히 우리에 가슴에 영롱하게 남아있을 소중한 순간들이다. 가슴이 터지도록 벅찼던 감동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더 역동적이고, 도전적으로 다가온다. 6월9일(현지시각)부터 7월9일까지 한달동안 열리는 2006 독일월드컵. 한 때 공포의 대상이었던 유럽축구의 심장부에서 태극전사들이 힘찬 숨소리를 내뿜는다. 아프리카의 신풍 토고, 아트사커의 프랑스, 그리고 알프스 산맥의 전사 스위스가 버티고 있는, 그 처절하고 살벌한 축구 전장터에서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비상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비상은 브라질,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같은 높고 험한 봉우리를 향할 것이다. 손기정이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찢어지는 심정으로 달렸던 그 독일에서, 이제는 당당하게 우리의 자랑스런 아들들이 달린다. 누가 그들의 힘찬 비상을 막을 수 있으랴. 누가 그들의 멋진 드리볼을 막을 수 있으랴. 우리는 믿는다. 그들이 최선을 다할 것임을. 그리고 4년전 그 뜨거웠던 감동과 환희의 순간들을 다시 느끼게 될 것임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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