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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의 축구여정 ‘발로 시작해 머리로 끝나다’

등록 2006-07-10 18:44수정 2006-07-10 21:55

‘그라운드의 현자’ 박치기 퇴장…한순간 분노, 왜?
마테라치 ‘한마디’미스터리…골든볼 수상으로 위로
무슨 말을 들었기에?

도대체 무슨 말을 들었기에?

월드컵에서의 화려하고 멋진 은퇴를 꿈꾸던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은 한순간 성질을 못이겨 마지막 무대에서 퇴장을 당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 조국이 승부차기로 지는 모습을 홀로 라커룸에서 보며 울분을 삼켜야 했다.

퇴장당한 지단도, 지단의 성질을 돋운 이탈리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33·인테르밀란)도 둘만의 사이에 벌어진 그 ‘순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월드컵 사상 최고의 미스터리로 남을 지도 모를 지단의 ‘박치기 사건’은 독일월드컵 최후의 순간에 벌어진 최악의 사건이다. 그러나 지단은 기자단이 최우수 선수에게 주는 골든볼 투표에서 2012점을 획득해, 이탈리아팀의 주장 파비오 칸나바로(유벤투스·1977점)를 따돌리고 골든볼을 수상했다.

지단의 박치기 순간 =1-1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연장 후반 9분. 이탈리아 진영 미드필더에서 공격하던 지단을 마테라치가 밀착수비한다. 마테라치는 양팔로 지단의 몸을 순간적으로 휘감았다. 그러자 둘 사이엔 날카로운 시선이 오가며 짧은 대화가 있었다. 지단이 신체접촉에 불쾌감을 표시한 듯하다.

갑자기 돌아선 지단이 마테라치의 가슴에 박치기를 하자(위), 마테라치가 쓰러졌고(가운데), 엘리손도 주심이 레드카드로 퇴장을 명하고 있다. 베를린/AP AFP 연합
갑자기 돌아선 지단이 마테라치의 가슴에 박치기를 하자(위), 마테라치가 쓰러졌고(가운데), 엘리손도 주심이 레드카드로 퇴장을 명하고 있다. 베를린/AP AFP 연합

공이 프랑스 진영으로 넘어가자 지단은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했고, 마테라치는 그 뒤를 따라갔다. 그때 마테라치는 지단의 뒤통수를 향해 무어라고 말을 했다. 순간 지단의 얼굴 표정이 굳어지며 몸을 돌렸고, 다가오는 마테라치의 가슴에 자신의 머리를 힘껏 박았다. 지단의 키가 185㎝인데 비해 마테라치의 키는 193㎝이니, 숙인 지단의 머리는 마테라치의 가슴에 위력적으로 부딪쳤다. 순간 뒤로 튕긴 마테라치는 가슴을 감싸며 그라운드를 나뒹굴었다.

독일월드컵 개막전에 이어 결승전까지 주심으로 나서는 ‘영예’를 안은 오라손도 엘리손 주심은 이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다. 그러나 마테라치가 고통을 호소하며 나뒹굴고 있는 모습에 ‘충돌’이 있었다는 상황을 직감하고 경기를 중단시켰다. 지단의 박치기 순간을 정확히 본 것은 대기심이었던 루이스 메디나 칸탈레호(스페인). 그는 주심에게 헤드세트를 통해 정확한 상황을 통보해줬다. 엘리손 주심은 선심과 상의한 뒤, 단호하게 지단을 향해 레드카드를 내보이며 퇴장을 명령했다. 멀리서 지단의 박치기 모습을 목격한 이탈리아의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도 선심에게 거세게 항의를 한 상태였다.


지단과 마테라치의 악연 =이날 결승전은 두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들을 엮어간 주역들이었다. 전반 7분 마테라치는 벌칙구역 안에서 프랑스의 플로랑 말루다에게 반칙을 했고, 페널티킥이 선언돼 지단이 골로 연결시켰다. 지단의 화려한 은퇴를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마테라치는 전반 19분 머리받기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지단의 멋진 마무리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마테라치는 조별리그 체코와의 경기에서 머리받기 선제골로 이탈리아를 조 1위로 올려놓은 수훈을 세운 중앙수비수. 거칠고 강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거칠기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마테라치는 이미 “지단을 어떻게 마크할지는 계획을 철저히 세웠다”며 지단 마크맨으로 준비를 한 상태. 그리고 운명의 연장전, 마테라치의 비수같은 한마디는 지단의 이성을 마비시켰고, 지단을 추락시켰다.

마테라치는 무슨 말을 했을까= 평소 수줍고 조용한 성격의 지단이지만 경기장에서는 날카로운 성질과 폭행으로 몇차례 퇴장당한 경력이 있다. 유벤투스 소속이었던 지난 2000~01 시즌, 독일의 함부르크SV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요헨 자이츠와 다투다가 상대를 머리로 들이받고 퇴장당하며 5경기 출장정지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1998 프랑스월드컵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경기서는 후반 26분 상대 선수에게 욕설을 듣고, 분기탱천해 그의 가슴 등을 발로 밟아 퇴장당하기도 했다. 당시 사우디 선수는 지단에게 “이 북아프리카 출신의 야만인아”라고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가 모두 예전에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의 이민자 2세인 지단은 평소 인종문제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마테라치는 이날 지단을 자극하기 위해 ‘그 한마디’를 준비했고, 여기에 지단이 걸려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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