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리 앙리(오른쪽)가 후반 12분 결승골을 넣은 뒤, 도움을 준 지네딘 지단과 포옹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지단-앙리, 9년만에 프랑스 A매치 첫 합작골
그래서 프랑스 축구를 ‘아트사커’라고 불렀을 것이다. 둥근 공을 발로 차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은 그들의 무한한 자유정신이 빚어낸 창조물임에 틀림없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물리치고 프랑스가 4강으로 올라선 데는 ‘돌아온 중원사령관’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과 티에리 앙리(29·아스널)의 그림같은 세트플레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단이 도움을 주고 앙리가 골을 넣은 것은, 프랑스의 A매치 사상 처음. 그런 만큼 이날 골은 두 스타의 호흡 불일치에 대한 비판도 날려버렸다.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던 후반 12분, 브라질의 카푸(36·AC밀란)가 플로랑 말루다(26·올림피크 리옹)에게 반칙을 해 얻은 브라질 진영 미드필드 왼쪽 깊숙한 곳에서의 프리킥 상황. 지단은 반대편에 자리잡은 앙리에게 신호를 보낸 뒤 오른발로 길게 공을 감아 찼다. 지단이 공을 차는 순간, 대부분의 수비수가 골대 중앙에 몰린 공격수들을 마크하며 힘껏 뛰어 올랐다. 이 사이 앙리는 골대 반대편 깊숙이 침투했다. 공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도중 차단없이 골대 반대편에 도달했고, 낙하지점에는 앙리의 오른발 안쪽이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었다. 브라질 수문장 지다(23·AC밀란)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앙리의 발을 떠난 공은 가속도가 붙은 채 네트 상단에 꽂혔다.
8년 전 프랑스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을 3-0으로 돌려 세울 때 두 골을 넣은 지단은 이날 원숙한 개인기와 경기운영을 한껏 뽐내며 투혼을 발휘했다. 지단은 경기 뒤 “이제 4강에 올랐다.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며 독일 월드컵 우승으로 대표선수 생활을 마감하려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 1997년 대표팀 데뷔 이후 A매치 86경기에서 37골을 뽑은 최고의 골잡이 앙리도 “오늘 승리는 행운이 아니다. 우리는 사전에 철저하게 전술을 준비했고, 그 전술에 따라 움직였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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