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딘 지단(오른쪽)과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가 스페인을 3-1로 물리친 뒤 기뻐하고 있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둘은 “도메네크 감독이 지단을 의식해 바르테즈를 주전으로 기용했다”는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하노버/AP 연합
지단, 막판 10분간 1도움 1득점
마지막 불꽃인가?
털빠진 늙다리 수탉으로 조롱을 받던 ‘아트사커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이 ‘고수’의 노련함을 마음껏 과시했다. 28일 새벽(한국시각) 하노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과 맞붙은 16강전. 이미 정규시간은 끝났고, 프랑스는 2-1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지단은 마지막 순간, 화려한 개인기와 부드러움으로 8강행을 자축하는 쐐기골을 작렬시켰다. 스페인 왼쪽 벌칙구역까지 치고 들어간 지단은 자신의 마크맨 카를로스 푸욜(FC바르셀로나)을 반박자 빠른 몸놀림으로 제쳤다. 순간적으로 상대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와 맞장 상황. 지단은 오른 발목을 90도 이상 꺾어 왼쪽골문을 향해 공을 낮게 깔았다. 결정적 순간에 정확하게 빈공간을 찾아내는 정교함. 자신의 마지막 무대인 독일월드컵에서 지단이 추락했던 명예를 추스르고 높게 비상하는 수탉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아트사커’의 설계자로, 무려 세차례나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고, 1998년 프랑스월드컵과 유로 2000에서 프랑스 우승을 견인한 지단. 프랑스가 패기의 스페인을 이날 3-1로 제치고 브라질과 4강행 길목에서 맞붙을 수 있기까지는 지단의 노련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단은 1-1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후반 37분 스페인 미드필더 진영 오른쪽에서 얻어 낸 프리킥을 정확하게 문전에 있던 파트리크 비에라의 머리에 올려줘, 역전골을 도움주기한데 이어 화려한 개인기로 추가골을 올리며 예전의 ‘중원 사령관’으로서 위용을 되살렸다. 막판 10분에 1도움 1득점의 집중력을 폭발시킨 것이다.
경기전 “이번 16강전이 지단의 은퇴경기가 될 것”이라며 자신만만했던, 스페인의 주장 라울 곤살레스(레알 마드리드)는 고개를 떨궈야 했다.
프랑스가 8강전에서 맞붙을 브라질에 대해 지단은 주눅들지 않는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에서 지단은 머리로 두골을 넣으며 브라질에 3-0 ‘대승’을 거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월드컵 유럽예선에서 프랑스가 탈락위기에 놓이자 은퇴를 번복하고 주장 완장을 기꺼이 다시 찬 뒤, 본선 8강까지 프랑스를 이끈 지단의 연출력이 삼바리듬에 좌초될지는 7월2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결정난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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