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좋아졌지만 경기운용 능력 미숙
조별리그 12경기 종합전적 1승4무7패, 9득점 34실점. 아시아 국가들에게 2006 독일월드컵은 잔인했다.
유일하게 1승을 챙긴 한국만 조 3위에 올랐을 뿐,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는 모두 1무2패로 조 꼴찌에 머물렀다. 아시아는 여전히 ‘세계축구의 변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뭐가 부족한 걸까. 전문가들은 ‘경기운용 능력의 미숙’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독일 현지에서 경기를 지켜본 박성화 전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술운용과 경기를 풀어가는 측면에서 남미나 유럽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며 “미드필드에서 상대가 강하게 압박할 때 이를 개인적·전술적으로 풀어나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필두로 아시아 국가들이 유럽이나 남미에 비해 부족한 기술, 체격의 한계를 그나마 체력으로 극복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후한 평가는 나오지 않았다. 박경화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체력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실전에서 느릴 땐 느리게, 빠를 땐 빠르게, 경기의 템포에 따른 체력안배에서 아시아는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아시아의 축구가 많이 향상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개인기술의 미성숙이 팀 전술 전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성화 전 감독은 “세계축구가 미드필드에서의 빠른 플레이 전개로 가고 있는데, 돌파를 하든 패스를 하든 정확한 공 터치 없이는 힘든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박경화 전 위원장도 “축구란 경기는 개인전술에서 팀전술로 발전해나가는데, 아시아는 여전히 이 부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문화와 인프라의 한계가 넘어서기 힘든 ‘세계와의 벽’을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정해원 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은 “유럽과 남미에서는 축구가 생활이라고 할 만큼 저변이 튼튼한 반면, 아시아는 그렇지 않은 현실이 월드컵에서 경기력의 차이로 나타나는 측면”을 언급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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