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극적 무승부…‘지지않는 투혼’ 저력
“프랑스의 장점은 우아함이다. 하지만 (한국과의) 이번 경기는 그 우아함이 저물고 있음을 증명한다. 한국의 장점은 끈기다. 그 끈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지치게 하다가도 한방 먹이는 육체적·정신적 건강함이다.”
잉글랜드 축구 칼럼니스트 롭 휴스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쓴 한국-프랑스전 기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은 토고·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전반은 항상 지고도 경기는 지지 않는 저력을 발휘했다. 선제골은 언제나 상대방의 차지였으나 그들은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19일 새벽(한국시각)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G조 프랑스와의 2차전에서 1-1로 비기며 1승1무로 16강 진출 문턱에 바짝 다가선 아드보카트호. 후반 들면 더 강해지는 ‘뒷심 코리아’의 저력에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투혼’이기도 하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호루라기가 울릴 때까지 온몸을 던져 경기하는 한국 특유의 ‘끈질김’이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또 위기 때마다 멋진 승부수를 던지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용병술이 한국 축구의 끈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토고전에서는 후반 시작부터 수비수 김진규 대신 공격수 안정환을 투입했고, ‘반지의 제왕’은 결국 후반 27분 결승골을 꽂아 넣으며 아드보카트 감독의 믿음과 부름에 대답했다. 프랑스전에서 후반 36분 박지성의 동점골을 만들게 한 멋진 크로스를 올린 설기현은 하프타임 직후 이을용과 교체 투입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용병술은 일본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연출한 거스 히딩크 오스트레일리아 감독의 마법과 함께 네덜란드 출신 감독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한국은 또 반칙을 최소화하는 경기운영으로 ‘클린 코리아’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뛰어난 반칙관리로, 스위스와의 3차전에 결장 선수가 단 1명도 없는 것도 한국이 16강을 바라볼 수 있게 된 힘이다. 이미 14개 팀이 경고누적으로 주전 중 1명 이상이 3차전을 뛸 수 없다. 프랑스는 공수의 핵 지네딘 지단과 에리크 아비달이, E조의 가나는 투톱인 아사모아 기안과 설리 문타리가 3번째 경기에 벤치를 지켜야 한다. 한국의 이런 ‘깨끗한 매너’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 때 하석주가 선제골을 넣자마자 거친 백태클로 퇴장당하며 결국 쓴잔을 마셔야 했던 충격의 살아 있는 교훈이다.
그러나 한국의 강력한 뒷심은 허약한 전반 플레이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미드필드에서부터 밀리는 경향은 풀어야 할 숙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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