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가운데)이 지난 15일(한국시각) 열린 아스널 전에서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모리뉴 감독(왼쪽)의 위로를 받으며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전에 손흥민(29·토트넘)을 차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토트넘은 최근 왼쪽 허벅지를 다친 손흥민의 대표팀 차출과 관련한 입장을 19∼20일께 축구협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축구협회는 토트넘으로부터 공문을 받는 대로 손흥민의 한일전 출전 여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벤투 감독은 3월 에이(A)매치 기간인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일본 대표팀과의 평가전 소집 명단에 손흥민을 포함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소집명단 발표 직전인 지난 15일(한국시각) 열린 아스널 전에서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쳤다. 손흥민의 부상이 심하지 않아 이번 주말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지만, 토트넘은 그의 복귀 시점에 대해서 아직 언급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벤투 감독이 손흥민을 한일전에 소집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햄스트링 부상은 충분한 휴식을 통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그동안 소속팀에서 혹사당하다시피 했다. 손흥민은 부상 직전까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27경기에 모두 출전해 2343분을 뛰어 팀에서 두 번째로 출전 시간이 많다. 여기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카라바오컵(리그컵) 등을 더하면 41경기에서 총 3140분을 뛰었다.
이번 한일전이 대표팀 전력 점검보다 ‘흥행’에 방점이 찍힌 것도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번 대표팀에는 코로나19 격리 문제 등으로 황의조(29·보르도), 황희찬(25·라이프치히) 김민재(25·베이징궈안), 김진수(29·알 나스르), 황인범(25·루빈카잔), 김문환(26·LA FC) 등 핵심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정예 멤버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손흥민을 굳이 호출한 것은 한일전 흥행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다. 그가 뛰느냐 마느냐가 흥행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 출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한일전이 유관중으로 열리게 되면서 영국 정부 방역 규정상 손흥민 차출이 불가능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대표팀에서 복귀 후 5일 이상 자가격리를 해야 할 경우 소속팀이 차출을 거부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예외적으로 차출을 허용하지만, 해외에서 열린 경기 중 무관중일 때만 이를 적용한다. 한일전은 유관중이기 때문에 토트넘이 손흥민의 차출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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