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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숨은 일꾼들’1. 물리치료사 황인우

등록 2006-01-24 15:26수정 2006-01-25 17:18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한 이길우 선임 기자.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한 이길우 선임 기자.
내가 바로 축구 대표 ‘아이스맨’
축구대표는 공을 몰고, 그는 얼음을 ‘몰고’ 질주한다
독일 월드컵을 향한 태극전사들의 해외 전지훈련이 본 궤도에 올랐다.

첫 전지훈련지인 중동아시아에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은 연일 연습과 평가전을 반복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감독과 코치, 그리고 선수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월드컵 신화의 재현을 꿈꾼다. 팬들은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열광하며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경기를 할 수 있기까지는 음지에서 땀을 흘리는 스태프진이 있다. 그들은 선수들이 경기를 차질없이 치르고 최고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를 위해 태극전사가 흘리는 땀 못지않게 만반의 준비를 한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엔 부상없이 뛰어주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본다.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대표팀과 호흡을 같이 하며 땀을 흘리는지 속살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

얼음을 비닐주머니에 담는 황인우 물리치료사.
얼음을 비닐주머니에 담는 황인우 물리치료사.


1) 물리치료사 황인우

대표팀이 훈련장에 도착해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며 전술 훈련을 하는 동안 ‘무지하게’ 바쁜 젊은이가 있다.

4명의 의무팀 가운데 막내인 황인우(34)씨.

그는 지난해 10월 태극호에 합류했다. 나이도 어리지만 대표팀 경험도 처음이다.

입으로 비날주머니의 공기를 빼내 진공 상태를 만드는 황인우 물리치료사.
입으로 비날주머니의 공기를 빼내 진공 상태를 만드는 황인우 물리치료사.

그는 훈련이 시작되면 얼음통을 연다. 얼음통에는 사각형의 얼음조각이 10kg 정도 담겨 있다. 모두 호텔 주방에 가서 사정사정해서 담아 온 것이다.

그리고 비닐 주머니를 꺼낸다. 적당량을 비닐 주머니에 넣고, 아이스박스 위에 올려놓은 뒤 평평하게 손으로 다진다.

그리곤 고개를 숙여 입을 비닐주머니 입구에 대곤 있는 힘을 다해 ‘훅’하고 숨을 들이킨다. 비닐 봉지안의 공기가 빨려 나온다. 물론 얼음물도 함께 배출되면서 기도로 넘어온다. 그쯤이야~. 황씨는 동시에 비닐 주머니 입구를 둘둘 말아 밀봉시킨 뒤 잡아 맨다.

이 동작들은 순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얼음이 들어간 비닐봉지는 진공상태가 되고, 태극전사에게 공급될 사각형의 얼음주머니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든 납작한 얼음주머니가 차곡차곡 쌓인다. 납작하게 만드는 이유는 물론 조금이라도 넓은 부위에 얼음찜질을 하기 위해서다.

잽싸게 비닐주머니를 동여매는 황인우 물리치료사.
잽싸게 비닐주머니를 동여매는 황인우 물리치료사.

가까이 가서 쪼그려 앉아 물어 보았다.

“이렇게 얼음주머니를 만드는 것은 누가 가르쳐줬나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얼마 뒤 연습을 끝난 대표 선수들은 황인우씨가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얼음주머니을 허벅지와 종다리 등에 붙인다. 붙이는 것도 황씨 몫이다. 그는 얼음주머니을 밀착 시킨 뒤 비닐랩으로 둘둘 감아 얼음주머니를 근육에 부착한다.

허벅지에 얼음주머니를 붙이는 이천수.
허벅지에 얼음주머니를 붙이는 이천수.

이천수의 복숭아뼈 위에, 이동국의 허벅지에, 조원희의 종아리에 이 얼음주머니는 붙어 있으며 통증을 완화시킨다.

황씨는 또 연습하다가 목이 마른 선수들이 “물”이라고 외치면 잽싸게 물병을 집어들고 뛰어 들어간다.

다리가 삐긋해 넘어진 선수들에겐 응급조처를 한다.

훈련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선 본격적인 물리치료를 한다.

선수들의 온몸 근육을 주무르고, 또 주무르고 하면서 긴장을 풀어준다.

대학에서 스포츠 의학을 전공한 황씨는 축구도 좋아하는데다 활동적인 모습이 좋아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

연습뒤 얼음주머니를 무릎 부위에 올려놓고 있는 최태욱.
연습뒤 얼음주머니를 무릎 부위에 올려놓고 있는 최태욱.

지난 1997년부터 청소년대표팀 의료팀에 있다가 이번에 아드보카트 태극호에 채용됐다.

황씨는 첫 아이를 가진 임신 5개월의 부인에게 미안하다. 입덧을 하는데 먹고 싶어 하는 것도 못 사주고 멀리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뱃속의 아이는 월드컵과 인연이 깊다.

한국이 독일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지난해 10월에 임신이 됐고, 출산 예정일은 독일 월드컵 본선 기간이다.

아이의 아빠가 출산을 보지 못할 가능성은 현재로는 거의 100%다.

“이해해 줄 것입니다. 일이 일인 만큼 말이죠.”

고국의 부인을 생각하며 생각에 빠지는 순간 황주영 의료팀장이 다가와 지시한다.

선수들이 먹다 만 물통을 정리하는 황인우 물리치료사.
선수들이 먹다 만 물통을 정리하는 황인우 물리치료사.

“영광이 좀 봐줘라.”

다리 부상으로 연습장 한쪽에서 재활 훈련중인 김영광 수문장에게 근육 마사지를 해주라는 지시이다.

“넵”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을 한 황씨는 얼음주머니 하나를 챙겨들고 뛰어간다. 마치 상대 문전을 향해 공을 몰고 질주하는 태극 전사처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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