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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내공 강해진 박항서 ‘매직’ 어디까지 갈까?

등록 2019-01-21 02:45수정 2019-01-21 13:38

베트남 2019 아시안컵 8강 쾌거
요르단 정밀분석 효과적 전술운영 개가
사우디 1-0 누른 일본과 24일 8강 대결

“행운은 최대한 노력한 결과물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수비축구 아닌 실리축구’라 강조
베트남 몸에 맞고 우리가 잘 하는 것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9일 두바이의 막툼 스타디움에서 국내 취재진과 우연히 만난 뒤 반가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9일 두바이의 막툼 스타디움에서 국내 취재진과 우연히 만난 뒤 반가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육십 줄을 넘어선 이 남자, 뒤늦게 축구 지도자로서 성공시대를 꽃피우고 있는데, 내공도 더 강해졌다. ‘4강 신화’를 달성한 지난해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와는 사뭇 다르다.

경기장에서 자신의 선수들이 파울을 당해 나뒹굴고 있는데도 주심이 휘슬을 불지 않으면 그라운드 사이드선까지 나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항의하는 것은 여전. 수석코치가 나와 말리며 벤치로 몰고 가 다행히 퇴장은 면하지만 위태위태하다.

기자회견장에서는 한층 여유가 있어졌다. 질의에 답하다가 씩 웃는 등 여유도 보이고, 자신이 펼친 전술과 축구철학도 조리있게 설명한다. “행운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노력했을 때 오는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억세게 운이 좋은 지도자’라는 소리도 듣고 있는 데 대한 그의 반론인 셈이다.

20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긴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박항서(60) 감독 얘기다.

D조 조별리그에선 1승2패로 부진했으나 16강전 돌풍으로 다시 그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지에서는 당장 앞에 놓여 있는 8강전에서 그가 또 무슨 일을 낼지 모른다며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2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1-0으로 이겨 베트남과의 8강 대결이 성사되면서 또다른 성격의 한·일전으로 관심을 끌게 됐다.

이날 통쾌한 승리를 거둔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씩 웃어 보인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은 물론 대한민국 취재진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감독님 축하합니다.”

“정말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는데, 16강에 진출하고도 회복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한테 감사한다.” 승리의 ‘공’을 그는 우선 선수들한테 돌렸다.

박 감독은 서두부터 강한 어조로 특정 언론의 ‘수비축구’라는 비판에 대해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저도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보는데, <폭스 스포츠>의 기자가 우리가 수비축구 한다고 혹평을 했더라. 우리 베트남은 우리 몸에 맞는 우리가 잘하는 축구를 하는 것이다. 수비축구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 실리축구라고 생각한다.”

공개 기자회견장에서 특정 매체를 직접 거론하며 반론을 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그의 내공이 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언론들은 박항서 감독이 승리만 하면 ‘박항서 매직’이라는 제목으로 극찬한다.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 매직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랬다. “결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칭찬을 해주시는데 저희 팀은 혼자의 팀도 아니고, 혼자 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결과는 선수들, 코칭스태프, 밤낮없이 뒷바라지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매직은 감독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 박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2연패를 당하니까 베트남에서도 비판적인 기사가 나온다. 지면 비판적인 기사 나오고, 이기면 칭찬 기사 나오고….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결과에 대한 반응은 다 똑같다”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그는 또 경기에 앞서 요르단을 분석했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전술적으로 100% 임무를 수행했다”며 자신이 마련한 전략이 주효했음을 자세히 설명하는 등 강한 자신감도 보였다. 승부차기 승리와 관련해서도 그는 “내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다”며 “혼자서 리스트를 결정했고 이영진 코치와 마지막에 상의했다”고 밝혔다.

늘 ‘베트남 정신’ ‘원팀’을 강조해온 박 감독이다. “우리 베트남은 여러 나라보다는 현지 지원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됐는데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하는 것은 변명이다. 경기장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싸우라고 정신적으로 강조했다.”

실제 베트남 선수들을 이날 전반 39분 프리킥 상황에서 먼저 골을 먹었으나 이후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하는 양 거세게 요르단을 몰아붙였고 후반 6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경기를 지배해 요르단 선수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베트남이 아시안컵 8강에 오른 건 2007년 중국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에는 출전팀 수가 16개로 지금(24개)보다 적었다. 2017년 10월 지휘봉을 잡은 이후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살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역대 최고 성적)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역대 최고 성적)과 10년 만의 스즈키컵(동남아 축구 국가대항전) 우승까지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고 있는 ‘박항서 매직’. 그 매직이 8강전을 넘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두바이/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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