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베트남이 승부차기 끝에 요르단을 누른 순간, 박항서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베스트11 평균나이 24살26일로 아시안컵 출전 24개 팀 가운데 최연소. 상대적으로 젊은 베트남 선수들은 후반 들어서 더 힘이 났고, 특유의 베트남 정신으로 요르단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전반 39분 프리킥 상황에서 먼저 골을 내줬으나 대형 금성홍기를 내걸로 “베트남 이겨라”를 연신 외치는 2000여명 응원단의 기를 받은 때문인지, 후반 들어 반격에 나서 6분 만에 1-1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치열한 공방전에도 추가골이 나오지 않고 연장전에 돌입했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두 팀이 웃고 울었다. 20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박항서(60) 감독의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중동의 복병 요르단과 121분 동안 공방전을 벌였으나 1-1로 비겼으며 승부차기에서 4-2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승부차기로 요르단을 4-2로 누르고 8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베트남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베트남/연합뉴스
이로써 베트남은 8강에 올라 일본-사우디아라비아 16강전 승자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베트남이 아시안컵 8강에 오른 건 2007년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살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역대 최고성적)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역대 최고성적)과 10년 만의 스즈키컵(동남아 축구 국가대항전) 우승까지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고 있는 ‘박항서 매직’은 12년 만에 다시 나선 아시안컵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말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는데, 16강에 진출하고서도 회복시간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한테 감사한다”고 공을 선수들한테 돌렸다.
그는 또 일본-사우디 승자 중 어디가 더 쉬운 상대이냐는 물음에 “쉬운 상대는 없다. 다 어려운 팀이다. 16강에 오른 팀이 우리보다 다 피파(FIFA) 랭킹이 높다”고 답했다.
박 감독은 이날 승부차기와 관련해서는 “16강 확정 뒤 이틀 동안 승부차기 연습을 했다”며 “승부차기는 내 나름대로 기준이 있다. (찰 선수는) 혼자서 결정했다. 마지막에 이영진 코치와 상의했다”고 털어놨다.
베트남의 응누옌 꽁 뿌옹이 후반 6분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베트남(FIFA 랭킹 100위)은 이날 B조 조별리그에서 2승1무 조 1위로 16강에 오른 요르단(109위)를 맞아 경기 초반에는 신중한 플레이로 나섰다. 그러나 전반 39분 페널티라인 왼쪽 외곽 프리킥 상황에서 바하 압데라흐만에게 먼저 골을 허용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베트남 선수들은 골 만회를 위해 총공세를 벌이며 요르단을 몰아붙였고, 전반 43분과 46분 두차례 강력한 슛을 상대 골문에 꽂아넣었으나 아쉽게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후반 들어 베트남은 6분 만에 기어코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응누옌 트롱 호앙이 오른쪽 문전 크로스를 최전방 스트라이커 응누옌 꽁 뿌옹이 오른발슛으로 연결해 골문을 가른 것이다. 이후 베트남은 지칠 줄 모르고 요르단을 압박했으나 추가 득점은 하지 못했다.
승부차기에서 베트남은 1~3번 키커까지는 모두 골을 성공시킨 반면, 요르단은 2번 키커가 골포스트를 맞힌 데 이어 3번 키커는 슛이 골키퍼에 걸리면서 뒤졌다. 베트남은 4번 키커의 슛이 막혔으나 5번 키커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긴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베트남 응원단들이 대형 금성홍기를 내걸고 요르단과 맞붙은 자국 선수들을 응원을 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앞서 베트남은 D조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이라크에 2-3, 이란에 0-2로 졌다. 그러나 예멘과의 3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고, A~F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 마감 결과 레바논을 제치고 16강 막차를 탔다. 1승2패에 승점(3점), 골득실차(-1), 다득점(4)까지 같았으나 경고(옐로카드) 수로 가리는 페어플레이에서 앞서 16강 대열에 끼었고, 어렵게 얻은 16강전에서 다시한번 일을 냈다.
요르단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승 후보 호주를 1-0, 2차전에서 시리아를 2-0으로 잡으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3차전에서는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긴 바 있다. 그러나 베트남의 기세에 눌려 8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두바이/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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