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기성용(가운데)이 1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바니야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5일~2월1일 아랍에미리트) 개막을 앞두고 1일(이하 한국시각) 치러진 평가전 결과, 예상대로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팀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랍팀은 역대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발목을 번번이 잡아온 터여서 벤투호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파울루 벤투(50)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바니야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반면 아시안컵 3회 우승(1968, 72, 76년)을 차지한 강호 이란은 카타르와의 도하 원정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사우디는 벤투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상대하는 아랍팀으로, 특히 이번 아시안컵 8강전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는 팀이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4승7무5패로 사우디에 다소 열세였고, 벤투호도 이번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이길 절호의 기회도 있었으나 후반 36분 기성용의 페널티킥이 무산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축구대표팀 감독. 아시아축구연맹(AFC) 누리집
이란축구대표팀 선수들. 아시아축구연맹(AFC) 누리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보면, 이란이 29위로 아시아권에서 가장 높고, 호주(41위), 일본(50위), 한국(53위), 사우디(69위) 순이다. 랭캥이 객관적 전력을 모두 담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이 우승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인 한국과 이란은 각각 59년과 43년 동안 정상을 정복하지 못했다. 두팀은 역대 아시안컵에서 2011년 카타르 대회까지 5회 연속 8강전에서 만난 ‘악연’도 있다. 카타르 대회 8강전에선 한국이 윤빛가람의 연장전 결승골로 1-0으로 이겼지만 4강전에서 일본과 연장 접전 끝에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0-3으로 져 분루를 삼킨 바 있다.
이런 역사를 보더라도 한국의 우승 길은 험난한 상황이고 벤투 감독의 어깨도 무겁기만 하다. 벤투 감독은 난적 사우디와의 이번 최종 모의고사에서 ‘플랜B’라 할 수 있는 3-4-2-1 포메이션을 처음 들고나와 관심을 끌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원톱, 황인범(대전 시티즌)과 이청용(보훔)을 좌우 공격 2선, 그 밑에 황희찬(함부르크)-기성용(뉴캐슬)-정우영(알사드)-이용(전북 현대)을 나란히 배치했다. 스리백에는 권경원(톈진 취안젠)-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김민재(전북 현대), 골키퍼는 김승규(빗셀 고베)를 투입했다.
이는 공격의 핵 손흥민(토트넘), 그리고 부상 회복 중인 왼쪽 풀백 김진수(전북 현대)와 홍철(수원 삼성)을 기용할 수 없는 데 따른 고육책으로 보인다. 취임 이후 그동안 6차례 평가전(3승3무)에서는 줄곧 4-2-3-1을 써왔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벤투 감독은 후반 들어 이재성(홀슈타인 킬)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투입하는 등 4-2-3-1로 전술을 바꿨으나 전후반 슈팅 9개 중 유효슈팅 하나 없이 경기를 마쳤다. 사우디는 슈팅 10개 중 4개가 유효슈팅이었다.
벤투 감독은 경기 뒤 “전술적인 다양성은 우리에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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