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밖에서 본 축구대표팀은 어땠나?”(취재진)

“어려운 질문이다. 희생하는 선수들이 많이 줄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기량 보여주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선수가 있는 것 같았다. 이번 대표팀은 자기가 돋보이는 것보다, 옆에 있는 선수가 돋보이게 하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이동국)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마지막 두 경기를 위해 ‘신태용호 1기’ 멤버들이 처음 소집된 21일 오후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 이날 오후 2시50분께 16명의 조기 소집 선수 가운데 최고참 이동국(38·전북 현대)에 이어 신태용(47) 감독이 맨 마지막으로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들어오면서,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마지막 여정이 시작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현재 이란에 이어 A조 2위를 달리고 있는데, 31일(밤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9차전을 벌인 뒤, 9월5일(밤 12시) 타슈켄트에서 승점 1점 차로 한국을 바짝 추격 중인 3위 우즈베키스탄과 최종 10차전을 치른다.

이날 아들(시안)의 캐릭터와 “할 뚜 이따아!”라는 응원 메시지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들어온 이동국은 “신태용 감독과 대표팀 명단 발표 전 통화했는데, 저한테 필요한 카드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대표팀은 누구든 들어올 수 있으나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저 역시 보여줘여 할 것이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이란과의 9차전 각오를 묻는 질문에 “이란과의 경기는 좋은 기분이 많이 없었던 같다. 벼랑 끝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또 “김남일 코치와 차두리 코치가 있어 재밌을 것 같다. 상하관계보다는 수평적 관계에서 서로 의지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동국을 포함해 지난 주말 K리그 클래식 일정을 마친 김진수, 김민재, 김신욱, 이재성(이상 전북 현대), 고요한(FC서울), 이근호(상주 상무) 등 국내파 11명과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김기희(상하이 선화), 김주영(허베이 화샤), 권경원(톈진 취안젠), 정우영(충칭 리판) 등 4명, 그리고 ‘중동파’ 남태희(알두하일SC) 등 모두 16명이 먼저 소집됐다. 중국파 가운데 중앙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소속팀의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8강전을 마친 뒤 23일 합류하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국외파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A매치 데이가 시작되는 28일 대표팀에 가세할 예정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저녁 6시30분 첫 훈련에 앞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전체 선수단이 소집되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조기소집 효과는 볼 수 없다. 그렇지만 프로축구 쪽에서 1주 경기를 연기하며 도와줘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도 수비진은 다 소집된 만큼, 호흡을 잘 맞춰 수비 조직력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4연패를 당한 이란과의 결전과 관련해 “평가전이라면 공격적인 축구로 수모를 날릴 생각도 했지만 이번 경기의 중요성을 생각해 내 스타일은 자제하고 큰 점수 차가 아니더라도 꼭 이겨서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만큼은 되갚아 주고 싶다. 한국이 결코 지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각인시켜 주겠다”고 했다.

대표팀은 이날부터 날마다 저녁 6시30분부터 1시간30분씩 강도 높은 담금질을 한다. 이란과의 경기가 밤 9시에 열리는 만큼 훈련시간을 저녁시간으로 잡은 것이다.

파주/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