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016년 10월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한국은 당시 전반 11분 기성용의 선제골로 앞서나가다 2골을 내줬으나, 후반 10분과 12분 지동원·손흥민의 골이 터지며 이겼다. 수원/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이 있고 없느냐는 슈틸리케호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의 가세 여부에 따라 공격력의 품격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손흥민의 폭발적인 드리블에 의한 빠른 측면 돌파는 상대 수비를 일거에 교란에 빠뜨리고, 그의 전매특허인 페널티박스에서의 가공할 슛은 상대 골키퍼를 늘 긴장하게 만든다.
28일(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시리아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 키플레이어는 역시 측면공격수 손흥민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5일 중국과의 원정 6차전에서 0-1 패배를 맛본 슈틸리케호는 반드시 시리아를 잡아야 조 2위를 유지할 수 있고, ‘창사 참패’의 악몽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당시 손흥민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채 벤치를 지켜야 했고, 뼈아픈 패배를 지켜봤다.
손흥민이 지난 25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오전 훈련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시리아와의 결전을 앞두고 한국팀은 지난 25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손흥민이 가세한 포메이션으로 실전훈련을 했다. 손흥민은 이날 오전 훈련 뒤 “중국전 패배에 축구팬들이 크게 실망한 걸 알고 있다. 시리아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승리를 선물하겠다”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그는 중국전에 대해 “내가 들어갔어도 결과가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이번 시리아전에서는 자신이 골을 넣어 위기의 슈틸리케호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6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파로이 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원정 2차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소속팀 이적 문제로 중국과의 안방 1차전(3-2 승리)만 뛰고 토트넘에 복귀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슈틸리케호는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시리아와 0-0으로 비겨 제동이 걸렸다. 손흥민의 공백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만큼 이번에 손흥민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최종예선에서도 지난해 10월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3차전(한국 3-2 역전승)에서 결승골을 넣는 데 그쳤기에 골이 반드시 필요한 이번 시리아전에서는 그가 공격에 물꼬를 터줘야 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26일 “손흥민의 컨디션이 좋고 대표팀 분위기도 괜찮다”며 “손흥민이 신들린 듯한 플레이를 펼쳐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박문성 <에스비에스>(SBS) 해설위원은 “중국전에 나오지 못한 손흥민의 새로운 가세는 대표팀 분위기 전환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리아가 중앙 밀집수비 형태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손흥민이 측면에서 흔들어주면 이를 깰 수 있는 좋은 카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흥민이 지난 25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사흘 앞으로 다가온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에 대비해 실전훈련을 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한국팀은 중국과의 2차전에서 공격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주전 원톱으로 출격한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을 비롯해, ‘지구특공대’라는 지동원·구자철(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남태희(레크위야) 등이 중국의 수비 벽에 막혀 힘을 쓰지 못했다. 지동원은 경고 누적으로 이번에 출전하지 못하며, 황의조(성남FC)가 대타로 긴급 발탁됐다.
시리아는 지난 23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6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두고 2승2무2패(승점 8)를 기록하며 회생했다. 2위 한국(3승1무2패 승점 10)과는 승점 2점 차에 불과하다. 우즈베키스탄을 잡은 여세를 몰아 한국전에서도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펴면서 골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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