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즉생(必死卽生). 죽을 각오로 싸우면 반드시 이길 것이다.”
이번주와 다음주 슈틸리케호의 중대 결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 자체 누리집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떠 있다.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을 독려하는 메시지다. 이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위기감을 반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울리 슈틸리케(62)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저녁 8시·충남 천안종합운동장) 캐나다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 뒤, 15일(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 나선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2승1무1패, 승점 7로 A조 3위로 밀려나 있는 한국팀은 이번에 2위 우즈베키스탄(3승1패·승점 9)을 반드시 잡고 승점 3을 보태야 한다. 그래야 러시아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2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 자칫 비기거나 패할 경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또 슈틸리케 감독의 자리도 보전하기 힘든 분위기가 될 것이다.
결전을 앞두고 슈틸리케호는 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소집돼 훈련에 돌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식 인터뷰에서 “지난 경기에서 가장 안 좋았던 부분은 자신감 결여였다. 이 부분을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자신감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흥민(토트넘)은 “조 3위이지만 우즈베키스탄을 잡으면 올라갈 수 있다. 승리가 목표이기에 잘 준비하겠다”고 필승 의지를 보였다.
이번 소집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이정협(25·울산 현대)의 재발탁과 차두리(36) 전력분석관의 영입이다. 이정협은 1기 슈틸리케호의 간판 스트라이커였고, 무명에서 ‘감독의 황태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2015년 1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는 최전방 골잡이로 나서 2골을 기록하며 한국팀의 결승 진출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대표팀의 주전경쟁에서 밀렸고 존재감도 사라졌다. 위기에 빠진 슈틸리케 감독이 그를 다시 발탁한 것은 공격에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캐나다와의 평가전에 김신욱(28·전북 현대), 황희찬(20·잘츠부르크), 이정협 중 어느 카드를 선발로 내세울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어린 황희찬은 유럽 리그에서 물오른 기량을 발휘하고 있어 그를 공격 최전방에 투입할 수도 있다.
문제는 수비, 특히 좌우 풀백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에 김창수(전북 현대)와 최철순(전북 현대)을 오른쪽 풀백,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윤석영(브뢴뷔)을 왼쪽 풀백 자원으로 불러들였다. 기존 오른쪽 풀백 자원으로는 장현수(광저우 푸리), 왼쪽 풀백에는 홍철(수원 삼성)이 있다. 어느 조합을 내세워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임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슈틸리케호는 A조 4경기에서 5실점을 하는 등 수비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좌우 풀백은 수비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포지션이지만, 역습 공격 때 측면 공격수로서도 필수적인 자리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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