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의 전력분석관으로 선임된 차두리가 2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차두리(36)가 위기에 처한 슈틸리케호의 ‘큰형님’ 노릇을 하라는 부름을 받고 축구대표팀에 돌아왔다. 선수가 아닌 전력분석관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독일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고 있는 차두리(36)를 축구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선임했다고 27일 오전 공식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차두리는 다음달 7일로 예정된 대표팀 소집일부터 내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전력분석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차두리와 함께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 원정 때 네쿠남이 선수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봤다. 우리 대표팀에도 큰형님 역할을 하는 지도자가 있었으면 했다”며 차두리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전력분석은 물론 코치진과 선수들 간의 가교 역할을 훌륭히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차두리는 “항상 대표팀은 선수 때부터 나에게 특별했고 소중한 곳이었다”며 “러시아월드컵에 진출하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목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차두리는 “지금 슈틸리케 감독이 겪는 일은 나의 아버지인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 겪었던 일과 비슷하다. 당시에는 아버지를 대통령까지 시켜야 한다고 했다가 경기 결과가 나쁘니까 나라에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내몰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그랬던 사람의 아들로서 지금 슈틸리케 감독이 겪는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외국인 감독으로서 그런 일을 겪는 심정을 잘 이해하고, 그런 점에 대해 대화도 많이 나눴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축구 감독의 인생은 굉장히 힘들다. 큰일을 하기 위해선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감독을 옆에서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고 했다.
차두리는 대표팀 내 감독과 선수들의 갈등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런 문제는 대표팀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물론 책임은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독일 속담에 ‘자기 코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 반성해보라는 얘기다. 선수들도 한 번쯤은 자기 코를 잡고 생각해봐야 한다. 선수들 스스로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는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차두리는 애초 기술위원회의 요청으로 슈틸리케호의 코칭스태프 일원으로 발탁될 예정이었으나, 지도자 A급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아 일단 전력분석관으로 일하게 됐다.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B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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