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 코치 ‘골닷컴’ 인터뷰서 쓴소리
“박주영 유럽서 뛰기엔 부족”
“독일월드컵 16강행 장담 못해”
“한국프로축구는 여전히 아시아식 축구를 하고 있다. 공을 잡으면 일단 전방으로 길게 찬다. 이에 대해 한국에선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욕 먹을 일이다.”
핌 베어벡(49) 한국 축구대표팀 수석코치가 한국 축구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지난 2000년 12월부터 2002년 7월까지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축구대표팀을 이끌며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냈던 베어벡 코치는 한국 축구를 가장 잘 아는 외국인 지도자로 꼽힌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베어벡과 함께 히딩크를 보좌했던 정해성 현 부천 에스케이 감독이 “보이지 않게 사령탑을 보좌하면서도, 결정권을 갖고 있는 유능한 코치”라고 치켜세웠던 베어벡의 이런 발언은 아드보카트 감독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2일 유럽축구 전문사이트 ‘골닷컴’(www.goal.com)과의 인터뷰에서 베어벡은 “한국프로축구 선수들은 전방으로 공을 차내고, 공격수(스트라이커)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유럽에서는 팀 전원이 경기를 조절하면서 골을 넣으려고 애쓴다”며 “이것이 유럽축구에서 배워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베어벡은 박주영(FC서울)에 대해선 “그가 올해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신인선수라면, 찬스를 기다리기보다는 경기에 좀더 많이 관여해야 한다”며 “그가 골을 많이 넣는다는 점만으로는 유럽에서 뛰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다소 실망했음을 표했다.
또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대표선수들이 K리그에서 뛰는 것에 실망했다’고 발언한 부분에 대해선 “선수들이 많이 뛰지 않고 찬스만 기다리는 모습에 실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어벡은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트 감독의 차이에 대해 의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갖고 있다. 히딩크는 심사숙고한 뒤에 행동했고, 아드보카트는 본능에 따라 즉시 실행을 한다.” 그는 조 본프레레 감독에 대해선 “아드보카트 감독이 하지 않은 말을 인용해 그를 비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에 오기 위해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 아랍에미리트연합을 ‘버린’ 이유에 대해선 “한국과 월드컵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아랍에미리트와 7월에 계약했고, 원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다. 그들도 연봉 보장없이 언제든지 우리를 해고할 수 있었다”며 “2006 독일월드컵 출전 기회가 생겨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어벡은 내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의 현실적인 목표에 대해 “2라운드(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고, 다시 4강에 든다고 말 할 수 없다”며 “2002년과 같은 행운이 필요하고, 선수들의 100%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길우 선임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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