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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슈틸리케의 ‘군기잡기’는 무리수?

등록 2016-09-27 16:04수정 2016-09-27 21:37

스포츠 오디세이
손흥민·기성용·이청용 ‘EPL 3인방’에
“불손한 태도””감독과 문제” 직격탄
질책보다 격려가 필요한 시간에…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다음달 초로 예정된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 이란과의 경기 출전선수 명단을 발표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다음달 초로 예정된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 이란과의 경기 출전선수 명단을 발표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슈틸리케호를 보면 위기는 위기인 모양입니다.

10월6일 카타르(수원), 11일 이란(테헤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 4차전을 앞두고 축구대표팀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6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등 해외파 핵심 3인방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손흥민에 대해선 “경기력은 매우 좋지만 경기 외적 부분에서 행동에 문제가 있다. 불손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고, 손흥민만 거론하기 뭐했는지 다른 둘에 대해서도 “소속팀에서 감독과 문제가 있었다. 선수들의 잘못된 행동은 한국 축구의 세계적인 위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장 안에서 (에너지를) 쏟아내는 선수들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서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슈틸리케의 충고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반대일까요. 이 대목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1년 남짓 앞두고 아시아 최종예선이 진행되고 있을 때, 최강희 감독과 당시 해외파의 중심인 기성용이 빚은 갈등이 떠올랐습니다. 최 감독이 당시 아스널의 박주영, 그리고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에서 활약하는 기성용 등 해외파들이 완벽한 주전으로 뛰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이 알려지자, 기성용은 자신의 비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강희 감독이 ‘셀틱 빼면 그게 내셔널리그’라 했다. 고맙다, 내셔널리그 같은 데서 뛰는데 뽑아줘…”라는 내용의 글을 날린 것이 한 기자에 의해 폭로돼 축구대표팀은 큰 소용돌이에 빠졌습니다. 이후 중도 사퇴한 최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홍명보 감독도 기성용 문제를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이번에 해외파를 비판한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는 뻔합니다. 모두 10경기를 치러야 하는 아시아 최종예선 A조 경기에서 1승1무, 3위로 밀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선수 ‘군기잡기’로 3, 4차전에 임하겠다는 겁니다. 공영방송의 한 축구 해설위원에게 물어봤더니 그도 “지금 대표팀이 백척간두의 상황이므로 미리부터 팀워크와 규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깃든 것으로 봅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는 “중요한 시기에 엄격함과 단호함이 있다”면서도 “조급함도 엿보인다”고 했습니다.

다른 축구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우려된다고 합니다. “축구대표팀 감독이 공개적으로 선수를 비판한 것은 한국 축구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건 대표팀 내 갈등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말을 잘 안 듣는다는 것이다. 손흥민이 중국전에서 교체되면서 물병을 던진 것 같은 일은 대표팀 내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이 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선수나 감독 모두 큰 부담을 가지게 됐다. 슈틸리케의 발언은 상당히 강도가 센 것인데, 그것이 선수들의 팀워크에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 득보다 실이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의 핵심 선수들을 그렇게 공격한 게 앞으로의 중요한 일전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중국과의 1차전 때 후반 44분 교체되면서 물병을 걷어찬 손흥민의 행동은 분명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 골 기회를 살리지 못해 물병에 화풀이를 한 젊은 혈기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대표팀에 비판과 질책보다 격려와 단합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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