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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의 눈물로 쓴 ‘반전 드라마’

등록 2016-07-11 09:37수정 2016-07-11 22:02

포르투갈, 유로 2016 결승 프랑스 1-0 제압
호날두 전반 7분 무릎 부상 불운, 눈물 ‘펑펑’
연장전엔 테이핑 하고 나와 감독인양 격정 응원
결승골 에데르 “그의 퇴장이 용기 줬다”
메이저대회 6전7기로 첫 우승트로피 영광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운데)가 10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1-0으로 누르고 우승한 뒤 ‘앙리 들로네 컵’을 들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생드니/AP 연합뉴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운데)가 10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1-0으로 누르고 우승한 뒤 ‘앙리 들로네 컵’을 들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생드니/AP 연합뉴스
전반 7분, 상대의 거친 태클로 뜻하지 않게 당한 왼 무릎 부상. 경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애를 쓰던 호날두는 10분 남짓 이를 악물고 뛰더니 그라운드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러곤 일어나 앉더니 하염없는 눈물을 펑펑 쏟아냈고, 그를 지켜보던 지구촌 축구팬들의 가슴마저 미어지게 했다. 결국 전반 23분이 좀 지나자 그는 주장 완장을 그라운드에 내치더니 감독에게 교체 사인을 보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들것에 실려 나왔다.

“포르투갈과 함께 메이저 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게 꿈”이라고 늘 말해왔던 포르투갈의 축구영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 최근 2016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분루를 삼킨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9·FC바르셀로나)처럼, 그도 불운의 사나이가 되는 분위기가 됐다. 그러나 교체돼 나간 호날두는 어느새인가 왼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나와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응원하더니, 연장전 때는 마치 자신이 감독인 것처럼 사이드라인 부근까지 나와 선수들을 다그치고 독려하는 등 격정적인 모습까지 보여줬다. 그것이 큰 힘이 됐던 것일까? 공격의 핵 호날두가 없는 상황에서도 포르투갈은 홈팀 프랑스와 팽팽히 맞섰고, 연장 후반 초반 터진 극적인 결승골로 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 꿈을 이뤄냈다.

10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 결승전은 결국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포르투갈은 이날 통산 3회 우승을 노리던 프랑스를 맞아 수비 위주로 나서며 고전했으나 연장 후반 4분 터진 에데르(릴)의 천금 같은 골로 1-0 승리를 거두고 ‘앙리 들로네 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 2700만유로(350억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전반 7분 프랑스의 디미트리 파예트의 태클에 걸려 왼 무릎 부상을 당한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생드니/AP 연합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전반 7분 프랑스의 디미트리 파예트의 태클에 걸려 왼 무릎 부상을 당한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생드니/AP 연합뉴스

후반 중반 이후 교체 투입돼 20m짜리 오른발 중거리포로 프랑스 골문을 가른 에데르는 “호날두 부상 이후 우리 팀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이고, 우리에게도 중요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퇴장은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줬고, 우리는 중요한 승리를 얻었다”고 공을 호날두에게 돌렸다. 노련한 수비로 앙투안 그리즈만(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앞세운 프랑스의 공격을 막아내 ‘맨 오브 더 매치’로 뽑힌 중앙수비수 페페(레알 마드리드)도 “호날두의 부상이 우리가 승리하도록 자극을 줬다”고 했다.

포르투갈이 월드컵이나 유럽축구 국가대항전 등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르투갈은 자국에서 열렸던 유로 2004 결승전에서 그리스에 0-1로 져 준우승으로 밀렸던 한도 12년 만에 말끔히 풀었다. 또 1975년 이후 프랑스와 격돌해 10연패를 당하며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징크스도 41년 만에 극복해냈다.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다시 나온 호날두가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 옆 사이드라인에서 포르투갈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독려하고 있다. 생드니/AP 연합뉴스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다시 나온 호날두가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 옆 사이드라인에서 포르투갈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독려하고 있다. 생드니/AP 연합뉴스
경기 뒤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감독은 “호날두가 라커 룸과 벤치를 지킨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그가 놀라운 팀 정신을 보여줬다”며 수비 위주의 전략에 대해선 “우리는 비둘기처럼 단순했고, 뱀처럼 지혜로웠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공격수 디미트리 파예트(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부닥쳐 무릎을 다치고도 메이저 대회 꿈을 이룬 호날두는 “이번 우승은 2004년 이후 내가 오랫동안 원했던 것이다. 나의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 중의 하나다. 불행히도 (오늘)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지만, 나는 우리 선수들을 늘 믿어왔다. 그들은 자질과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12년 전 19살의 나이에 유로 2004에 출전해 포르투갈을 결승에 올려놓은 뒤 패배해 슬픔의 눈물을 흘렸던 호날두는 이번엔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호날두는 유로 2004를 포함해 그동안 6차례 메이저 대회(월드컵 3회, 유로대회 3회)에서 단 한 차례도 포르투갈을 정상에 올려놓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6전7기’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당대 최고 축구스타로서의 명예를 회복했다. 호날두는 아픈 다리를 절룩거리며 시상대에 올라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고, 주장으로서 우승트로피를 가장 먼저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프랑스는 1984년과 2000년 대회 우승 이후 16년 만에 세번째 유로대회 정상을 노렸지만 프랑스리그에서 뛰는 에데르의 한 방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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