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4일(현지시각)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유로 2016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왼손 검지로 뭔가를 가리키고 있다. 생테티엔/AP 연합뉴스
1986 멕시코월드컵 본선 때 당대 최고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주장으로 10번을 달고 나와 신기에 가까운 드리블과 골 결정력으로 전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축구 기술도 기술이었지만 남다른 카리스마가 더 돋보였지요. 그가 경기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선수들은 주눅이 들었고, 상대 수비수들은 탱크처럼 흔들리지도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그를 막기 위해 발로 차고 손으로 잡는 등 난리를 쳐야만 했습니다. 한국 대표팀 미드필더인 허정무도 자신의 별명인 ‘진돗개’처럼 마라도나를 전담 마크하며 괴롭혔습니다. 요즘처럼 거친 반칙에 주심이 즉각 레드카드를 뽑아 들었다면, 마라도나의 존재감은 더욱 도드라졌을 것입니다.
마라도나 이후 당대 최고의 축구스타로 꼽히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9·FC바르셀로나). 둘은 소속 클럽에서는 훨훨 날다가도 시즌 뒤 열리는 대륙별 국가대항전과 월드컵에서는 그동안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며 자국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유로 2016과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둘이 이런 징크스를 깨고 놀라운 비상을 할 수 있을까요? 호날두는 일단 출발이 좋지 않고, 메시는 부상에서 회복해 점차 힘을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포르투갈은 14일(현지시각)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열린 유로 2016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이슬란드를 맞아 전반 30분 터진 루이스 나니의 선제골로 앞서나가다 3분 뒤 골을 허용하며 1-1로 비겼습니다. 호날두는 상대 질식수비에 막혀 결국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A매치에 123차례 출전해 포르투갈의 ‘레전드’ 루이스 피구와 어깨를 나란히 한 호날두였으나 빛이 바랬습니다. 호날두로서는 이번이 4번째 유로 대회 본선 출전. 그가 한창 세계적인 스타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유로 2004부터 이번까지 빠짐없이 출전했으나 한 번도 조국에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아직 조별리그 2경기가 남아 있으니 그의 전매특허인 가공할 무회전 프리킥, 돌고래처럼 솟구쳐 내리꽂는 멋진 헤딩슛을 기대해 볼만 합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지난 10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D조 2차전에서 왼발 프리킥 골을 성공시킨 뒤 좋아하고 있다. 그는 이날 해트트릭으로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시카고/UPI 연합뉴스
이날 미국 시애틀 센추리링크 필드에서 열린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D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볼리비아를 맞아 메시가 선발 출전하지 않은 가운데 전반에만 3골을 폭발시키며 3-0 완승을 거뒀습니다. 메시는 옆구리 부상 후유증으로 이번 대회 칠레와의 1차전(2-1 승리)에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파나마와의 2차전(5-0 승리) 후반에 나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오랜만에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이어 3차전에서도 후반 교체 투입돼 위협적인 왼발 프리킥을 날렸지만 팀이 크게 앞서 있어서 그런지 크게 무리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3승 조 1위로 8강에 올라 C조 2위 베네수엘라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됐습니다. 8강전부터는 메시가 자신의 이름값을 해주며 1993년 이후 13년 만에 조국에 코파 아메리카 우승트로피를 안겨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게 됐습니다.
호날두와 메시는 이번 대륙별 국가대항전, 아니 더 나아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지구촌 최고의 스타로서의 진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도 불굴의 의지로 맞받아치며 1980년대, 아니 20세기 최고의 스타의 한명으로 각광받던 마라도나와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될 겁니다. 호날두와 메시가 이번에 힘을 내 지구촌 축구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리며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필자만의 바람은 아니겠지요….
김경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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