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스페인의 알바로 모라타(맨 왼쪽 7번 선수)에게 네번째 실점을 한 뒤 한국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잘츠부르크/연합뉴스
1996년 12월 아시안컵 축구대회 때 일입니다. ‘승부사’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승승장구하다 8강전에서 이란과 맞서 2-6으로 패해 큰 충격파를 안겼습니다. 수비수들이 허둥대며 이란 골잡이 알리 다에이한테 4골이나 얻어맞으며 참패를 당한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1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한국은 비센테 델 보스케(65) 감독의 스페인을 맞아 수비에서 잇단 실수를 저지르며 1-6 패배를 당했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이렇게 6골이나 내주고 진 적은 무려 20년 만이라네요. 슈틸리케호로선 아시아 무대에서 16경기 무패, 1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끝에 당한 큰 패배였습니다. 한국은 월드컵 등 A매치에서 이번까지 6차례 만났는데 2무4패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물론 유럽 원정으로 인한 선수들의 피로감 등을 고려하면 이번 패배를 가지고 슈틸리케호를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5일(밤 10시10분·한국시각) 프라하에서 열리는 체코와의 평가전을 봐야 슈틸리케호의 진짜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로 2008과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를 제패하면서 세계 정상 자리에 우뚝 선 스페인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로 추락했습니다. 그러나 델 보스케 감독은 유로 2016 본선(6월1일~7월10일·프랑스)을 앞두고 그동안 간판 골잡이로 활약하던 페르난도 토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디에고 코스타(첼시)를 과감히 빼고 한국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놀리토(30·셀타 비고)와 알바로 모라타(24·유벤투스)를 발탁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전에서 2골씩 기록하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놀리토가 어떤 선수인지 봤더니, 지난해 9월 FC바르셀로나와의 라리가 안방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셀타 비고의 4-1 대승을 이끈 주역이더군요. 당시 FC바르셀로나는 2008년 5월 이후 273경기 만에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왼쪽 공격수로 나선 놀리토는 1m72, 70㎏로 작은 몸집이지만 워낙 빠르게 움직여 한국의 오른쪽 풀백 장현수(광저우 푸리)가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준희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은 놀리토에 대해 “FC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라고 극찬하더군요.
무적함대의 신병기 모라타(1m89, 85㎏)는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 5월 열린 FC바르셀로나와의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바르사 3-1 승리) 때 1골을 넣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스트라이커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로 유벤투스에 임대돼 뛰고 있는데, 어느새 스페인 간판 스트라이커가 됐습니다.
스페인은 두 골잡이의 골결정력은 물론이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FC바르셀로나)와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 등 세계 정상급 미드필더 3명이 중원을 휘저으며 막강 공격력을 자랑했습니다. 이에 반해 ‘더블 볼란치’인 기성용(스완지시티)과 한국영(카타르SC), 손흥민(토트넘)-남태희(레크위야)-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한국은 후반 중반까지 중원싸움에서 열세를 보이며 클래스 차이를 절감해야 했습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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