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최용수 감독(왼쪽)과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훈 감독이 지난 27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5 축구협회(FA)컵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팀이 우승하면 막춤이라도 추겠느냐’는 질문에 ○× 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준비는 다 됐습니다. 우리는 더 잃을 게 없습니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나지막하고 차분했다. 31일(오후 1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2015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축구협회(FA)컵 결승전. 강호 FC서울을 상대로 첫 우승에 도전하는 김도훈(45)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비장했다. “우리 팀에는 경험 많은 선수들이 없어서…. 선수들이 얼마만큼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가가 중요할 것 같아요.”
2003년 시민구단으로 출범해 이듬해 정규리그에 데뷔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창단 초기에는 지역 후원기업들이 많이 나서 형편이 괜찮은 편이었다. 시민들의 호응도 좋았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 재정난으로 임금체불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 시즌 초 팀 지휘봉을 잡은 김도훈 감독은 그런 가운데도 선수들을 잘 추슬러 팀을 중위권으로 이끌었다. 이달 초까지 2015 K리그 클래식 12개 팀 중 6위를 달리며 상위 스플릿 진출도 거의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일 성남FC와의 원정에서 0-1로 지며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한 뒤 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눈물까지 흘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인천은 이번에 FC서울을 잡고 축구협회컵을 들어올리면 우승상금 2억원에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32강) 진출 티켓까지 거머쥘 수 있다. 인천은 올해 축구협회컵에서만은 강한 면모를 보였다. 8강전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2-0, 4강전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2-0으로 잡는 등 4경기에서 무실점으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인천이 기대하는 골잡이는 벨기에 출신 ‘폭격기’ 케빈(31)이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와 축구협회컵에서 8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김도훈 감독의 연세대 1년 후배인 최용수(42)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번 시즌 15골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는 삼바스타 아드리아노(28)를 비롯해 ‘콜롬비아 특급’ 몰리나(35), 차두리(35) 등 스타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2011년 FC서울 지휘봉을 잡은 최용수 감독도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부진했기에 이번 우승만은 절대 놓칠 수 없다며 각오가 대단하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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