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전 수비수 마틴 키언은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 캠프에 축구장을 지어줬다. 세이브더칠드런 누리집 갈무리.
입장권 한장당 1유로 기부 캠페인
아스널 등 명문클럽팀 잇단 동참
일부 팬은 ‘난민돕기 반대’ 펼침막
아스널 등 명문클럽팀 잇단 동참
일부 팬은 ‘난민돕기 반대’ 펼침막
“축구는 지역사회의 감정을 반영해야만 한다.”
유럽축구클럽협의회(ECA)의 난민 지원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이 한 말이다. 맨유는 30일(현지시각)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볼프스부르크와의 안방경기에서 입장권 한장당 1유로(약 1326원)를 기부한다. 맨유만이 아니다. 아스널과 첼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토트넘과 셀틱(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 출전한 영국 팀들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피터 로웰 셀틱 사장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난민을 돕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했다. 영국 <미러>가 누리집을 통해 실시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난민 돕기에 나서야 하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5%가 ‘그렇다’고 답했다.
난민 초청하고…축구장 지어주고…‘환영’ 문구 새기고…
‘입장권 한장당 1유로 기부’ 캠페인은 유럽축구클럽협의회의 주도하에 ‘희망을 위한 90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중이다. 유럽 52개국 220개 클럽이 가입해 있는 유럽축구클럽협의회는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적인 상황에 눈을 감을 수는 없다.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용기와 관심을 지역사회에 돌려줘야만 한다”며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FC포르투(포르투갈)와 샬케04(독일), 그리고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 등은 이미 캠페인 동참 의사를 밝혔다. 유럽축구클럽협의회는 이 캠페인을 통해 200만~300만유로(약 27억~40억원)를 모금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아스널은 지난 주말 경기에서 벌어들인 입장권 수입 중 일부를 국제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했다. 아스널은 시리아 난민을 위해 2012년부터 지금껏 40만파운드(약 5억3000만원)를 기부해 왔으며 이라크 난민 캠프에 축구경기장을 짓는 데도 도움을 줬다. 아스널 수비수 출신으로 구단 홍보대사로 활약중인 마틴 키언은 지난 2013년 요르단 난민 캠프를 방문해 시리아 어린이들을 위한 축구장을 지어주기도 했다.
시리아 난민을 위해 100만유로(13억3000만원) 기부를 약속했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는 19일(현지시각) 헝가리 여기자의 발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오사마 압둘 모흐센의 가족을 안방경기에 초청했다. 모센의 8살 난 아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동경의 대상이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만나는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 이밖에도 스위스프로축구연맹은 12~13일 주말 이틀 동안 열린 1, 2부 리그 10경기에서 터진 골 하나당 500스위스프랑(약 60만원)을 적립하기로 했는데 총 32골이 터져 1만6000스위스프랑(약 1942만원)을 난민 지원 기금에 기부했다.
독일 축구클럽은 난민 돕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친선경기 등을 통해 100만유로를 난민 지원 프로젝트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독일로 이주한 난민들을 위해 트레이닝 캠프도 차렸다. 2부 리그 세인트파울리 팀이 난민 1000명을 경기장에 초청한 데 이어 도르트문트나 마인츠 등도 난민들을 축구장에 초대하기로 했다. 분데스리가 1, 2부에 속한 36개 팀 중 29개 팀들은 지난 주말 유니폼 왼팔 소매에 ‘#refugeeswelcome’(난민을 환영합니다)과 ‘WIR HELFEN’(우리가 도와줄게)이라고 적힌 패치를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유럽 축구계에 난민 환영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의 마카비 텔아비브 팬들은 최근 키리아트 슈모나와의 자국 리그 경기 도중 ‘난민을 환영하지 않습니다’(Refugees not Welcome)라는 펼침막을 걸었다. 폴란드 축구팬클럽 또한 “난민 돕기 캠페인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 선수들은 왼쪽 팔에 ‘우리가 도와줄게’(WIR HELFEN)라는 패치를 붙이고 경기에 나섰다. 분데스리가 누리집 갈무리
난민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현수막을 내건 이스라엘의 마카비 텔 아비브 구단의 팬들.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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