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UAE 평가전 3-0 승
K리그 클래식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베테랑’ 염기훈(32·수원)의 명품 왼발킥은 A매치에서도 위력적이었다. 일방적인 공격에도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는 상황에서 전반 44분 아크 부근에서 통렬한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일본 프로축구 2부 리그(J2)에서 활약하다가 지난해 말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에게 깜짝 발탁된 골잡이 이용재(24·V바렌 나가사키)는 데뷔전에서 출격 60분 만에 멋진 골을 성공시키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근 샤알람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열린 평가전에서 슈틸리케호가 3-0으로 상큼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16일 타이 방콕에서 미얀마와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1차전을 치를 예정인데 이번 승리로 탄력을 받게 됐다.
■ ‘깜짝’ 원톱 출격 이용재-정우영 훨훨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예상과 달리 이용재를 원톱에 기용하는 시험을 단행했다. 이재성(전북)을 처진 스트라이커, 손흥민(레버쿠젠)과 염기훈을 측면 날개로 투입하는 등 4-2-3-1 전술이었다. 중앙 허리는 한국영(카타르SC)과 정우영(빗셀 고베)이 맡았다. 김진수(호펜하임)와 정동호(울산)가 좌우 풀백으로 나섰고, 곽태휘(알힐랄)와 장현수(광저우 푸리)는 중앙수비를 책임졌다. 김승규(울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이용재·정우영 등 새로운 얼굴 테스트 무대였다.
전반 30분과 38분 두 차례 결정적인 슛을 날렸으나 수비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걸려 땅을 쳐야 했던 이용재는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15분 상대 진영으로 공이 넘어가는 순간, 헤딩으로 상대 수비 2명을 절묘하게 따돌리고 골지역 중앙에서 쐐기골을 폭발시켰다. 침착하고 노련한 슛이었다. A매치 첫골. 그는 후반 17분 이정협(상주 상무)과 교체됐고, 이정협은 후반 종료 직전 쐐기골을 넣었다.
■ 전후반 내내 한국이 경기 지배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경기를 지배했고 여러 차례 위협적인 슈팅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전반 22분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염기훈이 상대 진영 왼쪽으로 파고들면서 슛을 날리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5분 뒤에는 상대 골키퍼가 놓친 공을 재빨리 가로챈 이재성이 골지역 왼쪽으로 파고들며 왼발슛을 날렸으나 아쉽게 수비수 벽에 막히고 말았다. 이용재의 슈팅 등 서너 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놓친 한국은 염기훈의 슛이 터지면서 한숨을 돌렸다. 슈틸리케호에 처음 승선한 염기훈은 A매치 50회 출장에 통산 4번째 골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에는 손흥민 대신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을 투입하고, 남태희(레크위야SC)를 공격형 미드필더에 기용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중앙수비에는 곽태휘 대신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가 들어갔다. 한국은 상대의 몇차례 날카로운 슛을 김승규가 잘 막아내며 낙승을 거뒀다.
■ 강수일, 도핑 양성반응 귀국 해프닝
골잡이 강수일(제주 유나이티드)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드러나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급거 귀국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도핑테스트 A샘플 분석 결과, 강수일한테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메틸테스토스테론은 상시금지약물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도핑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는 즉시 해당 협회가 주관하는 모든 일정에 참여할 수 없다. 강수일은 “콧수염이 나지 않아 선물받은 발모제를 안면 부위에 발랐다”고 해명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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