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27일(현지시각) 국제축구협회(FIFA) 비리 수사와 관련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에 있는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본부에서 압수한 서류들을 운반하고 있다. 마이애미비치/AFP 연합뉴스
FIFA 부패 스캔들
엄청난 수입에도 감시없어 부패온상
지난해 TV중계권료 등 6조이상 벌어
피파, 오늘 차기회장 선거
블라터-후세인 요르단 왕자 2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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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전·현직 부회장과 집행위원, 스포츠마케팅 관련 간부 등 14명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27일(현지시각) 미국 사법당국에 의해 기소되면서, 111년 역사의 피파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제프 블라터(79·스위스) 회장 체제의 피파는 29일 스위스 취리히 본부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제65차 총회를 예정대로 치를 예정이다.
월터 디 그레고리오 피파 대변인은 취리히 한 호텔 등에서 피파 간부 7명이 체포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블라터 회장과 제롬 발크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 스위스 당국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차기 회장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은 예정대로 각각 러시아와 카타르에서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 회장 선거가 강행될 경우 5선을 노리는 블라터 회장의 당선 여부가 매우 불투명해졌다. 회장은 209개 회원국(각 1표)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이번 사태로 표심의 방향이 급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정몽규 회장 등 간부 3명이 투표를 위해 지난 26일 취리히로 떠났다. 블라터가 연임에 성공한다 해도, 현재까지 드러난 피파 간부들의 비리 혐의만 보더라도 미국 사법당국의 칼날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 회장이 선출된다면 급류에 휘말린 피파를 수습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다. 이번 선거는 블라터 현 회장과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의 2파전으로 좁혀진 상황이다.
블라터 회장은 1998년 6월 주앙 아벨란제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뒤 올해까지 17년째 세계 축구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다. 1981년부터 1998년까지 18년 동안은 사무총장으로 실무를 주도해왔다. 35년 남짓 세계 축구의 실무가 그에 의해 쥐락펴락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최근 프랑스 스포츠신문 <레키프>와의 인터뷰에서 “블라터가 자기 자신을 피파와 완전 동일시하고 있다. 피파의 이익을 자신의 사익보다 앞에 놓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도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블라터 회장을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피파는 1904년 ‘축구의 발전과 국제경기의 원활한 운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창립됐고, 20세기 들어 월드컵을 올림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 스포츠 축제의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무시하지 못하는 기구로 성장했다. 블라터가 장기집권하면서 그동안 각종 부패·비리 의혹이 쏟아졌지만 비리 관련자 일부가 축출됐을 뿐 그냥 넘어갔다. 취리히에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있는 피파가 사실상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피파는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때 텔레비전 중계권과 각종 마케팅권 판매로 57억달러(6조3000억원)를 벌어들였고, 현금보유고도 15억달러(1조65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드컵 때마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고도 자금운용 등에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유럽 축구계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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